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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ㆍ유리… 너희들 왠지 낯설어 보인다!

입력
2016.05.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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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과학(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탐험)

마크 미오도닉 지음ㆍ윤신영 옮김

MID 발행ㆍ328쪽ㆍ1만7,000원

“연필, 찻잔, 심지어 면도날마저도 다르게 보일 겁니다.” 빌 게이츠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쓴 서평에서 뽑은 한 문장이다. 사실이 그랬다. 많은 것이 달라 보였다. 이를테면 매일 사용하는 숟가락. 대부분의 물질이나 재료에서는 특유의 맛이 나는데 숟가락에서는 왜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을까?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1913년 영국 셰필드로 가야 한다. 제강회사 연구원이었던 헨리 브리얼리라는 사람이 있었다. 총의 몸통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금속 합금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강철이 철과 탄소의 합금이며 특성을 증가시키거나 없애기 위해 다른 원소를 추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연히 합금에 크롬을 넣었고 탄소와 크롬의 비율이 딱 맞는 바람에 철 결정 사이에 탄소와 크롬이 둘 다 들어간 특별한 결정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철에 크롬이 들어가자 크롬은 주인인 철이 산소와 반응하기 전에 먼저 반응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산화크롬은 투명하고 단단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 보호막을 강철 표면 전체에 씌웠다. 더구나 이 보호막은 손상됐을 때 스스로 치유되는 능력도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이 탄생한 것이다. 산화크롬으로 된 투명한 보호막 덕분에 우리는 스푼에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 혀는 금속에 닿지 못하고 타액도 반응하지 못한다.

또 다른 재료인 유리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1,000년 이상 종이나 나무, 도자기와 금속 등 재료에 발휘하는 숙련도나 기술에서 유럽은 중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리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로마시대엔 포도주 잔을 유리로 만들었고, 창문도 유리로 만들었다. 특히 추운 북유럽에서는 바람은 막고 빛은 통과하는 유리창이 건축에서 매우 중요했다. 동양에서는 창문에 종이를 썼다. 종이는 완벽했지만 완전히 다른 건축이 탄생했다. 서양이 만약 동양만큼이나 유리라는 재료에 무관심했고 그로 인해 유리를 다루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망원경과 현미경은 결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17세기의 과학혁명도 없었을 것이다.

유리는 왜 투명할까?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을 동원해야 한다. 깨지는 면이 날카로워 매우 위험한 유리를 파손에도 안전한 유리로 만드는 방도는 무엇일까? 총알도 뚫지 못하는 방탄유리는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는 걸까? 상면발효 맥주(에일)가 대세이던 세상에 하면발효(라거) 맥주가 탄생한 것과 유리 잔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맥주는 왜 플라스틱 잔에 마시지 않을까? 아마 저자는 유리만 가지고도 따로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썼을 것이다.

그가 안내하는 재료 과학의 세계에서 우리는 신기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다. 그 세계에서 우리가 흔히 균질하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은 환상이었음이 드러난다. 재료의 구조를 이루는 가장 기초적인 것은 원자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큰 규모로 눈을 돌려보면 전위, 결정, 섬유구조체, 겔, 거품 등이 다양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저자는 재료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시작해서, 심리물리학, 재료가 인류문화와 맺는 관계까지 종횡무진이다. 그는 물리, 화학, 심리, 문화, 역사, 문명 등등을 자신의 체험과 엮어 버무리는 이야기 솜씨에서 어떤 경지에 이른 사람이다. 매력적이다.

이형열 과학책 읽는 보통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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