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고 싶고,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제가 무서워하면 관객들도 무서워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연출을 합니다.”
공포영화 ‘쏘우’ 시리즈와 ‘컨저링’ 등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제임스 완(39) 감독이 ‘컨저링2’의 개봉(6월9일)을 앞두고 처음 한국을 찾았다. 완 감독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영화 세계를 소개했다.
완 감독은 2004년 저예산으로 만든 ‘쏘우’를 흥행시키며 할리우드의 눈도장을 받았다. ‘인시디어스’와 ‘데드사이트’를 연달아 선보이며 세계적인 공포영화 감독으로 부상했다. 2013년엔 공포영화 ‘컨저링’으로 재능을 다시 발휘한 뒤 지난해엔 액션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선보이며 연출 영역을 넓혔다. 그는 또 다른 블록버스터 ‘아쿠아맨’의 메가폰도 잡기로 최근 결정해 영화팬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개봉을 앞둔 ‘컨저링2’는 완 감독의 장기가 발휘되는 공포영화로 영국 엔필드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초자연현상 전문가 부부가 악령 때문에 고통 받는 한 가족을 돕는 고정을 그리고 있다. 완 감독은 “스케일이 큰 액션영화(‘분노의 질주’)를 하다 보니 작은 공포영화가 그리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임스 완 감독이 입장하면서 한국어로 '임수완'이라고 적힌 대형 주민등록증을 들고 옴)그게 뭔가.
“이건 내 주민등록증이다. 팬들이 만들어줬다. 굉장히 멋지고 재미있는 일이다. 마음에 든다.”
-수완이 좋다는 단어는 한국에서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알고 있나?
“몰랐다. 그런 뜻까지 있다고 해주니 기분이 좋다.”
-첫 방문으로 알고 있다. 소감을 부탁한다.
“한국에 와서 굉장히 즐겁다. 앞으로의 일정도 기대된다.”
-어제 한국에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제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고 경복궁을 산책하며 사진을 좀 찍었다. 그리고는 피곤해서 잠들었다.”
-'인시디어스', '데드사이트', 컨저링'을 보면 초현실적인 공포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는 아시아에서 자랐다. 그래서 귀신이나 미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 영화 작업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초자연현상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어렸을 대부터 그런 주제를 좋아했다. ‘쏘우’가 첫 장편영화였는데 ‘쏘우’는 전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지 않고 있다.”
-내가 무서워하는 걸 영화로 만드는 건 고통인데 계속 이걸 만드는 이유가 뭘까.
“나는 우선 공포라는 것이 꼭 고통스러운 감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고통을 겪지만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관객의 반응을 바로 바로 볼 수 있어서다. 코미디와 공포영화는 자매라고 생각한다. 둘 다 인간의 본능적인 모습을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코미디는 웃기면 사람들이 웃고 공포영화는 무서우면 사람들이 눈을 가리거나 소리를 지른다.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는 의미에서 비슷하다고 보고. 내가 만든 영화가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관객들로부터 느낄 수 있다. 그런 빠른 피드백이 좋다. 내가 다른 장르에 흥미를 갖게 된다면 아마도 코미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공포영화에서 괴물이나 악령을 묘사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뭔가.
“내 악몽에서 나왔던 걸 생각해본다. 내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나의 마음 근원에서 악몽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생각을 해보고 내 머리 뒤 편에 있는 그런 두려움이나 귀신이나 악령의 모습을 끌어내서 내 영화에 나오는 유령 등을 디자인한다.”
-사운드 디자인은 어떻게 하는지.
“음향과 시각적인 효과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내 영화, 특히 공포영화에서는 음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향을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공포장면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어떤 공포스러운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중요성을 둔다. 관객들이 실제로도 무서우면 눈을 가리기보다 귀를 막는 일이 많다. 음향이 공포영화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효과적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컨저링' 1편에서는 보이지 않던 유머코드가 2편에서는 조금 보인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아 이것도 재미있네, 저것도 재미있네’라고 생각했다. 내가 코미디를 만드는지 공포를 만드는지 헷갈리기도 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코미디와 공포영화는 공통점이 많다. 관객에게 무서움만 강요하기보다 중간중간 웃음을 주면 공포의 순간이 오히려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을 연출한 뒤 달라진 게 있는가?
“‘분노의 질주’를 찍을 때는 공포영화 휴지기를 가지고 싶었다. ‘분노의 질주’를 찍다 보니까 오히려 내가 가지고 있었던 공포영화에 대한 열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분노의 질주’를 촬영하다 보니 짧은 액션 장면들이 이어지고 동작 자체도 거칠고 큰데 공포영화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작고 여운이 길게 가는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노의 질주’ 연출이 공포영화에 대한 나의 관심과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킨 거 같다.”
-‘아쿠아맨’ 등 공포영화 외 장르의 연출도 맡게 됐다. 할리우드가 좋게 평가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높은 평가에 감사 드린다. 말씀처럼 ‘아쿠아맨’이나 ‘맥가이버’도 연출 예정이다. 내 공포영화에서 공포 요소를 제외하면 여느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요소나 스토리도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점을 할리우드 제작자들도 파악하고 있는듯하다. 내가 꼭 공포영화에만 강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배역과 스토리를 이해하고 전달하는데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한 역량은 모든 영화 장르에 있어 중요하다. 나는 영화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많은 장르를 접했고 이런 식으로 내 영화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것에 대해서 기대를 하고 있고 기회가 주어진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컨저링'에서는 사후세계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후세계를 믿는 편인가.
“믿는다. 지금의 삶이 끝나고 나서 조금 더 좋은 삶이 있다고 믿고 싶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종교를 갖게 되면 그 안에서 믿음을 가지게 되는데, 그러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이야기에 내가 끌리게 된다.”
-초자연현상을 실제로 겪어본 적은 있나.
“아니다. 겪어봤으면 이런 영화를 절대 못 만들었을 거다(웃음).”
-악몽 속의 괴물을 만든다고 했는데 평소에도 그런 공포와 불안을 가지고 있으면 힘들 거 같다.
“영화를 만드는 게 힐링의 효과를 주기도 한다. 내가 가진 공포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스크린에 투영시키며 일상에서 그런 감정을 다루지 않도록 한다.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모습을 영화에 반영하고 자기 모습을 관객들과 영화를 통해 공유하게 된다. 그런 작업들이 평소엔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한국 공포영화를 본 적 있나.
“영어로 봤으니 한국 제목은 모른다. 최근 ‘아저씨’를 봤다. 감명 깊었다. 한국에 방문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최근 나온 영화 중 수작들이 한국에서 많이 나오는 거 같다. 과감하고 주제를 용감하게 다루는 듯하다.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가 보편적인 것들을 다룬다면 한국 영화는 주제에 특화된 내용을 다루고 있는듯해서 놀랍고 관심이 많다.”
-‘쏘우’를 볼 때마다 창의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이 많구나하고 감탄한다.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컨저링’의 경우 초자연현상을 다루고 있다. 이런 영화에서는 영혼이라던가 귀신이 벽을 뚫거나 침대 밑에 있다. 자기 영혼을 앗아가는 것에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반면 ‘쏘우’는 공포의 종류가 조금 다르다. ‘쏘우’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두려움을 자극하게 된다. 불확실성이나 상실감을 자극한다는 데에서 (‘컨저링’과 ‘쏘우’는) 비슷한 거 같다. 그런 상실감은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만들 때마다 기억하는 것이 있다면 관객들이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매번 시퀀스 구성이 도전적이다.
“그런 도전정신을 오히려 내가 즐기는 거 같다. '쏘우'의 경우에는 출발점이 한 방에 갇힌 두 사람의 이야기다. 거기에서부터 시작해서 내 공포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때부터 내가 만든 영화가 '분노의 질주7'처럼 전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지 여부보다 내가 어떻게 새롭게 공간을 해석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떻게 새로운 시각으로 장면을 만들고 시퀀스를 구성하느냐가 (도전의) 핵심 같다. 그런 과정이 도전적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도전을 즐기고 있다.”
-누군가를 찾고 있다고 들었다.
“내 친구 세호를 찾고 있다. 조세호는 어디 있는가.”
-한국문화에 밝은 것 같다. 요즘 한국에서는 '공약'이 유행인데 어떤 공약을 걸고 싶은가.
“방금 에릭 남과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나는 먹는 걸 좋아한다. 한국음식을 즐겨먹기도 한다. 일정 관객수에 도달하면 내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더라도 한국음식점에 가서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걸 촬영해서 웹에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김승현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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