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7일 오전 변호사법 위반과 탈세 등의 혐의로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57)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 조사에 앞서 홍 변호사는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취재진에게 간략히 밝혔다. 홍 변호사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을 한 혐의에 대해 “제가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신속하게 수사가 마무리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그가 대주주로 있는 부동산업체 A사를 통한 탈세 의혹에 대해선 “퇴임 이후 주말이나 밤 늦게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다소 불찰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밝혀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의혹 중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변론하며 전관으로서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그는 “영향력 행사는 전혀 없다”며 “오히려 영향력 행사를 안 하려고 몇 명의 변호사와 협업하고 그런 절차를 취했기 때문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담담하게 답하던 홍 변호사는 ‘특수통’ 출신으로 특수부 후배 검사들의 수사를 받는 심경을 묻자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는 “참담하다.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피조사자로서 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홍 변호사는 “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제가 감당할 부분 제가 감당하겠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며 검찰 청사로 들어섰다.
홍 변호사는 2013~2014년 정운호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을 때 변호를 맡아 부적절한 구명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수임료로 1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정 대표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수억 원을 더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부부, 강덕수 전 STX 회장,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김광진 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등의 비리 사건에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하며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검찰은 이날 홍 변호사에게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해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이미 구속된 법조 브로커 이민희(56)씨나 정 대표와의 대질 신문도 고려하고 있다. 이씨는 홍 변호사의 서울 D고교 1년 후배로 정 대표에게 홍 변호사를 소개했고, 도피 중 홍 변호사와 수 차례 통화한 것으로 조사돼, 말 맞추기 논란에 일기도 했다. 그를 둘러싸고 워낙 많은 의혹이 제기돼 그에 대한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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