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유럽 지역 무관세 수출 가능
2018년부터 수출전진기지 활용
7억弗 건설 프로젝트 발판 마련
데살렌 총리 “한반도 비핵화 지지, 우리는 한국 편”
北, 우방국의 압박 동참에 고립 부담 느낄 듯
에티오피아에 100만㎡(30만평) 규모의 ‘한국 섬유산업단지’가 들어선다. 26일 에티오피아에서 아프리카 3개국 경제ㆍ문화 외교를 시작한 박근혜 대통령은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에티오피아 총리와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74㎞ 떨어진 아다마에 한국 섬유기업들이 독점적으로 투자ㆍ입주하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의 기술력과 에티오피아 섬유산업의 파격적 원가 경쟁력을 결합해, 침체된 국내 섬유산업이 재도약할 기회를 맞게 됐다.
두 정상은 북핵 공조 방침도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단합해 북한에 압박을 가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데살렌 총리는 “에티오피아는 과거에도 앞으로도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며, 우리가 가진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활용해 다른 국가들도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 “3월 채택된 유엔의 대북 제재 안보리 결의안을 문안 대로 충실히 이행하겠다”면서 “북한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우리는 한국과 같은 편이고, 늘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1970~1980년대 북한의 우방이었던 에티오피아가 북한 고립 외교에 동참한 것은 김정은 정권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상회담이 당초 예정된 50분보다 40분이나 길어져 90분 간 진행됐고 정상 간 국빈 만찬에 에티오피아 주요 인사 350여명이 참석하는 등, 에티오피아는 양국 협력 강화에 대한 큰 기대를 드러냈다.
양국은 국방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구체적 협력 내용을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북한과 에티오피아가 군사 협력을 다시 긴밀히 할 가능성을 막는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북한과 에티오피아는 1998년 군수 물자 무상지원 협정, 2002년 탄약 지원 방위산업 협력 등을 맺은 바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이르면 2018년 입주하는 한국 섬유단지는 국내 섬유산업의 수출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기대했다. 우선 에티오피아 섬유산업의 생산 비용은 중국의 약 30% 수준이어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 저개발국들에서 생산된 제품들의 관세를 면제해주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제품을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무관세 수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기업들은 약 8,767억원(7억달러) 상당의 건설 프로젝트 5건을 체결할 발판도 마련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3년 간 5,910억원(5억달러)의 유상차관을 제공해 우리 기업들의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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