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성동조선해양도 사실상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행이 결정된 STX조선해양과 여러모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채권단은 “STX와 달리 회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회사 재무구조를 감사한 회계법인마저 “존속능력이 의심된다”는 정반대 평가를 내놓을 정도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동조선은 2010년 3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한 이후, 3조원 가까운 신규 자금(2조7,278억원)을 지원받고도 작년까지 줄곧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성동조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75억, 당기순이익은 -1,650억원이었다. 재무 상태도 작년말 기준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1조3,700억원이나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2013년 4월 자율협약과 함께 신규 자금 4조5,000억원을 지원받고 계속 적자에서 허덕인 STX조선과 같은 처지인 셈이다. STX조선 역시 총부채가 총자산 대비 1조7,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해 말 “2016년부터 업황 개선 등이 전망돼 회생이 가능하다”며 STX조선에 4,200억원을 추가 지원했듯, 성동조선에도 작년 10월 7,200억원의 추가 자금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잠복돼 있는 부실도 비슷하다. 성동조선의 미청구공사 대금은 2014년 1,401억원에서 작년말 4,990억원으로 1년 사이 3.5배나 치솟았다. 미청구공사 대금은 계약 이후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다. 회수하지 못하면 손실로 처리하기 때문에 잠복된 ‘부실 뇌관’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내년까지 갚아야 할 각종 채무도 7,000억원에 달한다. 자율협약을 유지하려면 내년까지 7,000억~1조2,000억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평가된 STX조선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성동조선은 STX조선과 같이 올해 수주가 한 건도 없다. 성동조선의 수주잔량은 작년말 60척에서 최근엔 40척 가량으로 줄었는데, 추가 수주 없이는 내년부터 심각한 일감 부족 상황에 빠진다.
성동조선의 감사인인 대성회계법인은 올해 감사보고서에서 “회사의 경영정상화 계획에 차질이 있을 경우, 계속기업으로 존속이 어려우므로 회사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사업활동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아직 성동조선의 회생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은 반복된 공정지연으로 선박을 지어 인도해도 지연배상금까지 추가로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어서 법정관리를 택한 것”이라며 “성동조선은 건조 및 인도지연이 일어나지 않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신규자금이 필요했던 STX조선과 달리, 성동조선은 작년에 지원받은 자금으로 선박 건조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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