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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사태와 KLPGA 발전 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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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사태와 KLPGA 발전 기금

입력
2016.05.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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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사태와 KLPGA 발전기금 문제가 판박이 아닙니까? 그래도 프로 바둑은 퇴직금 규정이라도 있으니 우리보다는 나아 보이네요.”

이세돌 9단의 프로기사회 탈퇴 논란을 지켜본 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소속 선수 가족의 항변이다. 프로기사회 운영 방식을 놓고 벌어진 스타 바둑기사의 탈퇴 사태보다 KLPGA 운영이 전혀 나을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 9단이 탈퇴를 선언한 프로기사회는 회원의 대국 관련 수입 중 3~15%를 회비로 공제해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기사회 기금은 은퇴한 기사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최고 4,000만원까지 지급하는 등 회원 복지나 바둑 보급활동에 쓰인다. 그러나 이 9단은 상금이 많은 기사일수록 큰 액수의 회비를 부담하게 되는 일률적인 공제방식에 불만을 느껴왔다. 특히 그는 기금이 바둑의 보급이나 발전을 위해 어떻게 사용됐는지 등에 대해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 삼았다.

한국프로기사회 탈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프로기사회 탈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 동안 골프계에서 논란이 됐던 KLPGA의 발전 기금과 일명 ‘박성현 법’은 이세돌 사태와 매우 유사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금의 일괄 공제, 불분명한 사용처, 지나친 경기 출전 요구 등은 이세돌 사태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KLPGA는 매 대회 선수들에게 ‘발전 기금’ 명목으로 상금의 6%(기존 6.7%였다가 지난해 6%로 변경)를 일괄적으로 걷고 있다. 해외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회원에게는 10%를 거뒀다. 그동안 발전 기금과 방송 중계권 등을 포함하면 200억원이 넘는 기금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KLPGA는 이 기금을 투어 프로 지원과 비투어 회원의 교육 및 은퇴 후 진로 등을 고려해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용처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특별회비’라는 이름의 발전기금에 대해 선수들과 그 가족들의 불만이 쌓여 왔던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박성현. KLPGA 제공
박성현. KLPGA 제공

KLPGA는 지난해 말 “국내대회와 외국대회가 같은 기간에 열릴 경우 투어 선수가 외국대회에는 연간 최대 3개까지 나가는 것을 허용하고 4번째 출전부터 벌금 2,000만원을 부과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 규정대로라면 거의 매주 대회가 열리는 KLPGA 소속 선수들의 해외 대회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KLPGA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박성현(23ㆍ넵스)의 해외 대회 출전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일명 ‘박성현 법’으로 불린다. 골프계에서는 ‘국내 골프 활성화’라는 미명 하에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어렵게 만드는 독소조항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골프계 인사들은 이세돌 사태를 ‘강건너 불구경’으로만 여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잠재해 있는 선수들의 불만이 커지다 보면 ‘KLPGA의 이세돌 사태’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KLPGA의 주인은 선수들이다. 그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하게 규정이 만들어지고 관리돼야 한다. 그래야 선수도, KLPGA도 함께 발전할 것이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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