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25일 발생한 묻지마 폭행 사건의 피의자도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의자와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동래경찰서는 25일 행인을 상대로 각목을 휘둘러 상처를 입힌 김모(51)씨에 대해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5일 오후 5시 14분쯤 부산 동래구 명륜동의 한 마트 인근에서 가로수 지지대를 뽑아 정모(78) 할머니와 서모(22ㆍ여)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폭행으로 인해 정씨는 얼굴과 어깨, 늑골 골절로 전치 8주 진단을 받았고 서씨는 얼굴 등에 타박상을 입어 전치 3주의 부상을 당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까지 묵비권을 행사했으나 이후 “지나가는 행인들이 환상에 젖어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랬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그는 “지난 해 4월부터 생계지원비가 한푼도 지원되지 않아 화가 났다”고도 말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2003년부터 2011년까지 3차례 30개월 이상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퇴원 이후에도 통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00년 정신장애 3급으로 인정,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구청으로부터 생계급여 40여만원, 주거급여 11만원 등 50여만원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해 4월 김씨는 병원 진단서 등 관련 서류를 내지 않아 정신장애 판정 갱신은 물론 이렇다 할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또 지난 해 7월부터는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수급자마저 거부, 주거 급여 11만원가량만 받아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구청 복지담당 직원은 정신보건센터와 함께 김씨를 수차례 방문했으나 김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데다 생계급여 탈락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표출하기 시작, 지난 해 상해사건 2건, 폭행 1건 재물손괴 1건 등으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동래경찰서 관계자는 “김씨가 평소 앓고 있던 정신병과 생활고에 대한 분노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에 대해 검찰과 함께 치료 감호를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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