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절반이 작곡가, 나머지 절반은 연주가 몫이에요. 제 인생과 철학으로 작곡가의 기쁨, 슬픔을 이해해야 (음악이 제대로)나오겠죠. 때가 돼서 연주하게 됐어요.”
라흐마니노프, 차이콥스키 협주곡 전집을 냈던 ‘피아노의 여제’ 서혜경(56)이 이번에는 모차르트 협주곡을 선보인다. 영화 ‘아마데우스’OST로 잘 알려진 원로 지휘자 네빌 마리너 경과 그가 이끄는 영국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 아카데미 실내 관현악단과 함께 한 ‘모차르트 협주곡 19ㆍ20ㆍ21ㆍ23’(도이치 그라모폰)을 최근 발매했다. 앨범 발매에 맞춰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강민 지휘)와 6월 16일 협연도 한다.
서혜경은 26일 서울 신사동 풍월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모차르트는 이후 작곡가 작품들과 비교해 음표가 제일 적다”며 “매일 일상생활이 담긴 음악”이라고 말했다. 11세에 국립교향악단(현 KBS교향악단)과 모차르트 협주곡 21번을 연주하며 데뷔한 그는 “어릴 때 이 곡을 마냥 예쁘게 쳤다면 지금은 슬픔과 기쁨을 함께 담아 연주한다”며 “그래서 제 모차르트 연주는 여느 피아니스트보다도 느리다”고 말했다.
나흘 만에 끝낸 녹음 일화도 덧붙였다. “단원들이 처음부터 음반을 튼 것 같은 (완벽한)반주를 해 긴장하고 쳤다”며 “마리너 지휘자가 제 해석을 존중하며 많이 맞춰주셨다”고 했다. “제 연주 템포가 느려, 현악 파트 반주음이 자주 끊어지더라고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후 작곡한 협주곡 20번은 슬픔에서 시작해 삶의 긍정으로 끝나요. 1, 2악장에서 느린 호흡을 유지해주던 마리너 경이 밝은 3장에서 말없이 템포를 빨리 지휘했던데, 이건 제가 (그 해석을 존중해)따라갔죠.”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연주회에서는 모차르트 협주곡 20, 21번을 연주한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는 이날 교향곡 25번도 함께 들려준다. 영화 ‘아마데우스’ 오프닝시퀀스에 삽입돼 널리 알려진 곡이다.
“모차르트 자녀 6명 중 4명이 어렸을 때 죽었는데, 그 때마다 대곡을 써서 아픔을 표현했거든요. 항상 긍정적으로 끝맺죠. 저도 10년 전에 아팠잖아요. 그런데도 아이들을 키워야 했고 잘 자라줬어요. 이제부터 전설이 되기 위해 열심히 뛰는 거고요. (모차르트 삶에)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제 연주에도 이런 마음이 담길 겁니다.” (02)780-5054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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