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가’ 주제로 첫 토크콘서트
법륜스님 “단순하게 살길”
“일상에서도 수행하듯 살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원래 재가 수행이 출가 수행보다 급이 높습니다. 그런데 높지도 않으면서 급을 높여가며 살면 문제가 생깁니다.” (법륜 스님)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은 26일 오후 대한불교 조계종 교육원이 서울 중구 동국대 중강당에서 ‘청춘! 자유를 향한 날갯짓’을 주제로 연 ‘출가콘서트’에서 출가의 의미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는 불교계가 ‘출가’를 독려하고 출가를 화두로 청년 및 일반 불자들의 고민을 나누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불교계에서 출가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원영 스님이 사회자로 나섰고 법륜 스님과 단기출가를 경험한 김민지 마인드디자인 대표, 올해 구족계를 받아 정식 승려가 된 고우 스님, 학생이자 예비 승려인 법상 스님이 대담자로 무대에 올랐다.
법륜 스님은 “처음부터 부처님은 얼마든지 출가하지 않고 재가에서도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며 “하지만 집착과 괴로움을 일상에서 쉽게 내려놓지 못하고 늘 집착 때문에 싸우고 괴로워하고 다치는 사람은 출가를 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는 해보니까 잘 안됩니다. 애초에 그래서 출가를 했습니다. 재가에서 수행하는 분들을 항상 존경하는 이유예요.”(웃음)
법륜 스님은 출가의 배경과 이후 과정을 묻는 질문에, 젊은 시절보다 나이가 들수록 출가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17세에 출가했는데 교회와 절을 모두 거치며 워낙 믿는 것도 싫어하고 믿으라고 말하는 것도 싫어했지만, 한 스님과의 인연을 통해 출가하고 불법(佛法)의 이치와 합리성을 발견하고 보니 지금은 잘 한 것 같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김민지 대표는 100일간의 단기출가의 경험을 토대로 출가의 가치를 소개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가정문제 때문에 자살 시도를 여러 차례 했고,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단기출가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고 입을 뗐다. 그는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늘 일하고 절하고 기도하는 일상이 고되기도 했지만, 일을 하면서도 마음을 들여다 보라는 가르침의 의미를 95일째나 돼서 깨달았다”며 “수학문제를 풀다 답지를 본 것처럼 100일간 살짝 인생의 해답지를 들여다본 느낌이라 많은 분들께 권하고 싶다”고 했다.
젊은 스님들의 일상을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해 고우 스님은 “제가 다닌 청암사 승가대학은 전체가 다 와이파이존으로 저희도 이러닝(E-learning)으로 동영상 강의도 보고 채소로 만든 피자도 시켜 먹는다”며 “출가와 공부를 통해 부정적 감정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도록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기분으로 삶에 임하고 있다”는 일상을 소개했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청년들의 고민을 주제로 한 질의 응답시간도 마련됐다. ‘미래가 막막하다’, ‘불안, 초초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등의 고민에 대해 법륜 스님은 “좀 단순하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꾸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깨어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남의 눈의 노예가 된다” 등의 조언을 건넸다.
행사에는 스님, 일반신도, 동국대 학생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본 행사에 앞서 동국대 학인스님들이 비트박스와 랩으로 불교 가르침을 전하는 ‘쇼 미 더 붓다(Show me the Buddha)’ 공연도 열렸다. 공연팀은 “나는 삶과 죽음과 싸웠지, 불법은 절대 틀리지 않아, 불법은 이 세상을 뒤흔들지”라는 랩과 댄스를 선보여 환호를 받았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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