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우선협상자 지위 배제 적법”
행정 신뢰 회복에 사업 탄력 예상
패소 업체 “항소하겠다” 반발
감사위원회 감사 착수도 변수
윤장현 광주시장의 청탁감사 지시 의혹 등 숱한 잡음으로 북구 운정동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사업 추진에 애를 먹었던 광주시가 법원 판결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시는 지난 2월 말 투자공모지침을 어긴 우선협상대상자인 ㈜녹색친환경에너지에 대해 협상자 지위를 박탈한 뒤 2순위 업체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녹색친환경에너지 측이 “시의 행정처분은 재량권을 넘어선 것”이라며 반발,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낸 상황이었다.
광주지법 행정1부(부장 박길성)는 26일 이 같은 논란과 관련, 시의 행정처분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이 사업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준용하여 추진되는 것으로서, 사업의 공정성과 도덕성을 확보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성이 크다”며 “시가 부정당업자로 제재를 받고 있는 LG CNS를 대표출자자로 둔 녹색친환경에너지에 대한 협상자 지위 배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공익상의 필요가 지위를 박탈당한 녹색친환경에너지의 불이익보다 현저히 우월하다”고 판시했다. 이 사업은 도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녹색친환경에너지와 협상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시는 앞서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녹색친환경에너지가 같은 해 12월 출자자인 LG CNS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협상을 진행했다는 등을 이유로 올해 2월 29일 지위 배제 처분을 내렸다.
시는 이에 따라 3월 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한 2순위 협상대상자인 빛고을운정태양광발전소와 사업 시행조건과 총 사업비 등에 대한 협상을 조만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시는 이번 판결로 그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졌던 윤 시장과 실무진과의 갈등, 주무 과장의 항명 등으로 추락한 행정의 신뢰성을 회복해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녹색친환경에너지 측이 “판결에 대한 정당성을 믿지 못하겠다”며 항소할 뜻을 분명히 해, 시로선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녹색환경에너지 측은 이날 판결은 우선협상자 지위 배제 처분을 둘러싼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빠져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녹색환경에너지 측 관계자는 “녹색친환경에너지의 대표출자자인 LG CNS가 이 사업을 제안하고 실시협약에 관한 업무를 수행했더라도 법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는 녹색친환경에너지에 있다”며 “시가 LG CNS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이유로 녹색친환경에너지의 협상자로서 지위를 배제한 것은 부당한 데도 재판부가 이를 둘러싼 위법성 여부는 따지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번 판결 이후 이 사업 전반에 대한 전면 감사를 예고했던 광주시감사위원회가 조만간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여 이 또한 시로선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당장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업무 보고 라인과 의사 결정 과정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어 전ㆍ현직 업무 담당자는 물론 윤 시장까지 감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윤 시장의 보복 인사 의혹과 항명 사태 등 내부 갈등이 잦았던 만큼 감사 결과 의외의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감사위의 자문회의 결과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의 근거로 악용된 상황에서 감사위가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광주경제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가 문제의 사업에 대해 감사를 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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