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산 속 펜션 등에서 주부들을 상대로 억대의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주부 등을 모아 억대의 판돈이 걸린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도박 개장)로 권모(36)씨 등 2명을 구속했다. 또 도박을 한 혐의(도박)로 주부 김모(62ㆍ여)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권 씨 일 당과 도박 참여자 등 56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권 씨 일당은 지난 4월 말부터 최근까지 충남 공주와 대전 등지 산 속 펜션을 빌리거나 천막을 쳐놓고 이른바 ‘아도사끼’ 도박장을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산 속에서 도박장을 운영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지난 20일 오전 도박장을 덮쳐 판돈 1억 원과 화투, 무전기, 대포폰 등을 압수했다.
권 씨 등은 온 몸에 문신을 하고, 90도로 인사를 하는 등 폭력조직원 행세를 하고, 서열대로 ‘창고장’, ‘꽁지’, ‘상치’ 등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도박장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삼아 귀가할 때 차비 10만원을 제공한다고 유혹해 충남, 충북, 전북 등지에서 끌어 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차비를 준다는 말에 도박장을 찾은 주부들은 차비의 몇 배에 달하는 판돈을 걸고 도박을 했다. 또 지역 모집책은 20만원을 지급하면서 더 많은 가정주부들을 도박장으로 데려오도록 했다.
권 씨 일당은 이와 함께 출근 시간인 오전 8시쯤부터 도박장을 열어 2~3시간 정도만 운영했다. 노출을 막기 위해 1차 집결지에서 현장까지 제한된 차량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등 치밀한 범행을 이어왔다.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꽁지들은 도박에 빠진 주부들에게 현장에서 즉석으로 고금리로 도박자금을 사용토록 해 상당수의 주부들이 도박빚 때문에 다시 도박장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달아난 피의자 및 기타 관련자를 추적 중이다.
충남경찰청 석정복 광역수사대장은 “운영자에 대한 폭력조직 결성 여부와 도박자금 출처, 타 조직폭력배들의 조직적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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