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TV 오디션 프로그램 ‘Britain's Got Talent’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인 Cheryl Cole은 세계적 스타인데 2014년 미국판 오디션 프로그램 ‘The X Factor USA’에 심사위원으로 발탁되었다가 해고되었다. 그 원인을 놓고 FOX TV에서는 ‘그녀의 발음과 사투리가 미국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녀의 사투리 Gordie accent가 미국인들에게는 듣기 불편했다고 하는데 함께 심사를 맡았던 영국의 동료 Simon Cowell은 London 출신으로 미국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이 적었기 때문에 심사위원으로 잔류하게 되었다.
영국 입장에서는 영어 종주국의 발음이 거론된 것도 기분 나쁘고 자국의 유명 스타가 미국 시청자들에게 거부당했다는 불쾌감이 상당했다. Accent 자체에는 좋은 발음 나쁜 발음이라는 게 없지만 그 억양이 주는 느낌과 정서라는 게 있다. 미국인들이 영국의 특정 억양에는 관심이 없고 발음만 듣고 거부감이나 비호감 여부를 결정한다는 불평도 나왔다.
영국에서는 Estuary English가 상류층의 posh 억양도 London 노동자의 cockney 발음도 아닌 중간 발음으로 ‘서민들의 표준 발음’이라고 본다. 영국 왕실 발음(Queen's English)도 과거에는 posh 발음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RP(Received Pronunciation) 발음으로 바뀌었고 일반 대중은 오히려 RP 발음에서 Estuary English로 바뀌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RP 발음 중에도 ‘Upper RP’발음이란 게 있는데 이는 자음 하나까지 정확하게 발성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미국인 입장에서는 이런 배경에 대한 관심이 없어 듣기 부담 없고 무난한 ‘중립 발음’(neutral accent)을 선호하게 된다. 이는 표준 발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도 잘 들리는 발음’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잠시 2014년 조사한 영국인들의 발음 선호도를 보면 RP-Edinburgh-Australian-Irish-Yorkshire-American-Geordie-Mancunian-Glaswegian-Welsh 순이었다. BBC의 기본 억양으로 불리는 RP는 글자 그대로 누구에게나 전달이 잘되는 ‘지성인의 발음’으로 도시적인 매력과 지성의 발음으로 알려져 있다. Star Trek의 Patrick Stewart나 Michelle Dockery, Richard Grant 등의 배우가 좋은 예다. 두 번째로 인기가 있는 Edinburgh 억양은 007의 Sean Connery와 David Tennant가 쓰는데 로맨틱하고 매력적인 느낌을 준다. 영국인들이 미국 발음을 중간 순위로 보는 것은 미국 발음을 ‘international’ 억양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명칭이 영국의 Received Pronunciation이든 미국의 General American, 혹은 neutral accent이든 지구촌 시대 최고의 영어 발음은 ‘듣기 쉬운 발음’이어야 하고 이는 곧 ‘clear, plain, neutral accent’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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