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트렌스젠더가 남녀화장실 중 어떤 것을 써야 하는지를 두고 연방정부와 주(州) 정부 사이의 법적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텍사스 등 11개 주에서 연방정부의 ‘트렌스젠더 권리 보호’ 지침에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미국 성소수자 권리 확대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NYT) 25일(현지시간) 텍사스,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등 11개 주가 ‘트렌스젠더 학생들이 성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연방 정부의 지침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전국의 학교를 거대한 실험장으로 만들고 있다”며 “우리는 아이들의 사생활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13일 전국 학교에 지침을 내려 학교가 학생들의 성 정체성에 위배되는 화장실과 탈의실 사용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 별도의 트렌스젠더 전용 화장실을 만들어 이들의 신원이 드러나게 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은 “트렌스젠더 학생들에 대한 어떤 차별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이 지침이 교사와 학부모에게 소수 학생을 어떻게 보호할 지 알려주는 가이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침에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따르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의 교부금을 지원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11개 주는 연방정부 지침이 주정부의 자율권을 침해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번 소송의 핵심은 오바마 행정부가 어떻게 헌법을 짓밟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애벗 주지사는 연방 지침에 따를 바에는 100억 달러(약 12조원)에 달하는 교부금을 포기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시민단체는 주정부의 소송이 트렌스젠저 학생들에게 도리어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성명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의 지침은 현행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소송”이라고 규정했다.
트렌스젠더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달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일명 ‘화장실 법’이라고 불리는 성소수자 차별법을 제정하면서 촉발됐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는 학생들이 출생증명서의 성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하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법무부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며 미국 전역에 찬반 논란이 거세졌다. 주 정부의 소송 제기에 대해 디나 이버슨 법무부 대변인은 “연방정부는 트렌스젠더의 권리를 옹호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적극적 대응을 예고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