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주간 타임이 발표한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미국의 푸드트럭 대부’ 로이 최가 선정되었다. 한국계 미국인 로이 최는 200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김치와 불고기에 타코를 접목한 ‘한국식 타코’를 선보여 선풍적 인기를 끈 주인공이다. 재능 있는 요리사들이 많은 투자금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평가로 개척자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은 푸드트럭 활성화에 나선 우리나라에 신선한 자극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푸드트럭이라는 단어조차 생경했다. 박근혜정부가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할 무렵, 온갖 규제에 묶인 ‘푸드트럭’은 과도한 규제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정부는 2014년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 푸드트럭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 식품위생법, 도로교통법 등 여러 법에 얽매인 규제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규제완화 초기 유원지로만 한정되어 있던 영업장소를 2014년 10월 도시공원, 하천, 관광지, 체육시설로 늘리는 데 이어 2015년에는 대학,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로 정하는 장소 등 총 9개소로 대폭 확대해왔다.
그 결과 2015년 4월 전국 7건의 영업신고에 불과했던 푸드트럭이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184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축제와 행사가 많은 시기임을 감안하더라도 푸드트럭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규제완화가 단기간 내 그 성과가 가시화하기는 쉽지 않다. 제약 요인을 제거했다고 해도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바뀐 환경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잠재적 수혜자들에게도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푸드트럭 활성화를 위해서 이미 푸드트럭이 많이 보급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캐나다 등 대부분 국가에서 푸드트럭 영업행위를 지자체 조례로 운영하고 있는데 신호등, 소화전 등의 시설물 인접 지역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장소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 미국 보스턴시의 경우 미리 지정구역과 운영 시간을 정하여 허용된 구역과 시간 내에서는 자유롭게 영업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주변지역 상권을 고려해 주변 음식점과의 거리나 푸드트럭 대수를 제한하는 등 상생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이제 지자체 조례를 통해 사실상 영업장소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어진 상태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식약처는 푸드트럭이 ‘움직이는’ 푸드트럭이 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푸드트럭 원래 취지에 맞도록 이동식 영업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는 푸드트럭 영업이 가능한 장소를 확보해 영업신고를 했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 영업할 경우에는 별도의 영업신고 절차를 그대로 밟아야만 해 번거로운 실정이다. 또한 한대의 차량이 여러 지역으로 이동 영업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 지자체 일선 담당자가 알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내 이를 명문화하는 작업을 현재 추진 중이다. 이런 제도가 완비되면 푸드트럭의 실질적인 영업효과가 뚜렷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푸드트럭이 이미 대중화한 미국, 유럽 등과 달리 우리나라의 푸드트럭 사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끊임없는 규제개혁으로 규제의 상징이었던 푸드트럭이 규제개혁의 아이콘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한국판 로이 최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발판이 마련되도록 노력 중이다. 식약처는 다른 부처, 지자체와 협력하여 푸드트럭이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이제 우리도 머지않아 한국의 로이 최를 만나길 기대해본다.
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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