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 음독자살 70대 유력 용의자 지목
26일 사망에 따른 불기소 의견 검찰 송치 수사종결
지난 3월 경북 청송군 현동면의 한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농약소주’ 살인사건은 아내의 화투놀이에 불만을 품은 70대 농부가 벌인 사건으로 드러났다.
경북지방경찰청은 26일 마을회관 김치냉장고에 넣어 둔 소주에 판매가 금지된 맹독성 농약을 투입한 유력 용의자로 자살한 C(74)씨를 지목했으나 사망으로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음에 따라 수가를 종결하고 조만간 불기소(공소권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C씨는 평소 자신의 아내가 농한기에 마을회관에서 화투놀이를 즐기는 데 대해 불만을 품어오던 중 소주에 메소밀을 투입, 3월 9일 오후 9시40분쯤 소주를 나눠 마신 A(63)씨가 숨지고 B(68)씨가 중상을 입었다.
C씨는 3월31일 오후 2시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같은 날 오전 8시쯤 마을에서 떨어진 축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C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게 된 것은 화투놀이에 대한 불만과 함께 마을회관에서 숨진 A씨 등이 마시다 남은 소주에서 검출된 메소밀과 C씨가 음독 과정에 메소밀을 담은 드링크병에서 검출한 것이 같은 회사 제품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국과수가 가스크로마토그래프-안정동위원소비 질량분석법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소주에 든 메소밀은 H사 제품으로,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C씨 집과 다른 집에서 찾아낸 3개사 11병의 메소밀과 성분이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범행일 전 병원 진료 일자를 허위로 진술한 점 ▦먼저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고 온 아내에게 무엇을 묻는지를 물어보는 등 불안감을 표시한 점 ▦사건 후 지인들에게 “요즘은 바람소리만 나도 가슴이 떨린다”는 등 불안감을 표시한 점 ▦신병비관이나 질병 등의 전력이 전혀 없는데도 거짓말 탐지기 검사 당일 음독한 점 등의 정황증거도 제시했다.
수사 관계자는 “판매금지되기 전 국내에선 모두 9개 농약회사에서 메소밀 농약을 만들었는데, 주성분은 같아도 원료 배합비율은 조금씩 다르다”며 “소주에 든 메소밀과 드링크병에서 검출된 H사 제품으로 C씨가 2010년 여름에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드링크병에 옮겨 닮기 전 농약병은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도내 9,558개 마을회관ㆍ경로당에 대한 방범안전진단을 실시했고, 폐쇄회로TV(CCTV)가 없는 곳에 CCTV설치를 추진 중이다.
또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기관과 협의해 판매ㆍ사용이 금지된 고독성 농약을 수거키로 했다.
한편 지난해 경북 상주시의 한 마을회관에서 농약이 든 사이다를 마시고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도 화투놀이 과정에서 갈등 등으로 박모(83)씨가 메소밀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1,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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