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한 것과 관련 야권은 26일 격한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우리 당 출신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까지 했지만 여권 주자로 대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자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반 총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
정장선 더민주 총무본부장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최종 결정은 반 총장이 할 문제”라면서도 “경제 상황도 안 좋은데 너도나도 대선에 끼어드는 모습에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인데, 임기 중에 국내 정치의 중심에 끼어드는 것이 시기적으로 옳은가”라고 반문하면서 “유엔 총회 결의안에도 정부 직책 수락을 삼가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춘석 비상대책위원도 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임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에 들어와서 특정 정치 세력과 연대해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태도가 옳은지,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지 (생각해보면) 부정적”이라며 “유엔을 이끌어가는 더 큰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내에서는 반 총장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는 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역할이 컸다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에서 “반 총장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야 한다. 총장을 만든 장본인이 노 전 대통령이지 않냐”며 “인간적 도리를 다 해야 한다. 본인이 대권에 대한 의지가 있으니 이런 인간적 도리를 차마 못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이 총장 선거 당시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여당의 후보가 된다면 정체성의 논란이 생길 것”이라면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동향보고 논란 등을 보면 검증 과정에서 바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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