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의 영향으로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이 최근 다시 밀려들면서 편의점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 위주였던 방한(訪韓) 유커의 쇼핑 채널이 대형마트 뿐 아니라 이제는 편의점으로까지 확장돼서다.
이에 따라 편의점에서는 미지근한 음료, 빨간 포장 상품을 좋아하는 중국인 취향에 맞춘 마케팅이 한창이다.
26일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말까지 중국인 매출(은련카드 기준·담배 제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8%나 늘었다.
특히 마포SK점을 포함한 서울 시내 호텔 주변 30여개 점포의 경우 유커 매출 증가율이 무려 64%에 이르고, 이런 특수에 힘입어 전체 매출도 작년보다 1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GS25의 유커 매출도 작년 동기보다 41.7%(은련카드 기준·담배 제외) 뛰었다. GS25 북창점·샤보이호텔점·동대문DDP점 등이 특히 중국인들로 붐비고 있다.
중국인들은 편의점에서 주로 숙취해소제·주류·음료·안주·라면·과자 등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S25에서 1~4월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산 상품(매출 기준)은 '레디큐츄(숙취해소제)'였고, '허니버터아몬드 180g(견과 안주류)', '빙그레 바나나우유 240㎖', '크래미 180g(맛살류 냉장식품)', '바디피트 귀애랑 울트라 날개(한방생리대)'가 2~5위를 차지했다.
'동원 양반김 12봉지', '해태 허니통통', '오모리김치찌개라면', '빙그레 바나나우유 라이트 240㎖', '오리온 마켓오 브라우니' 등도 중국인 선호 상품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호텔 인근 CU 지점 매출에서는 음료 비중이 21.6%로 가장 컸고, 이어 주류(18.1%)·과자류(10.4%)·안주류(6.5%)·간편식(도시락·삼각김밥 등, 6.1%) 등의 순이었다.
CU에서는 바나나우유, 삼다수, 헛개수, 신라면, 마켓오 브라우니, 초코파이, 허니통통 등이 중국인 관광객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수요를 반영해 편의점 업계는 '유커 맞춤형' 판매 전략으로 중국인 손님을 맞고 있다.
CU와 GS25는 모두 중국인 방문객이 많은 매장에서 유커 인기 상품을 따로 모아 놓은 '특화 진열대'를 운영한다.
특히 CU 남산공원점의 경우, 한국인과 달리 '차가운 음료'를 좋아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특성에 고려해 아예 음료를 냉장고에 넣지 않고 상온에 진열한다.
아울러 신라면·초코파이 등 중국인이 선호하는 '빨간색' 포장의 라면·스낵류를 눈에 잘 띄는 별도 전용 진열대에서 판매하고 있다.
유커들이 관광 중에도 차(茶) 잎이 담긴 보온병을 항상 휴대하며 수시로 차를 즐기는 사실에 착안, 일반 점포와 달리 온수기를 3대나 비치하고 언제라도 유커들이 따뜻한 물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CU는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도 갖췄다. 유커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하면, 중국어 음성 안내와 함께 고객이 볼 수 있는 화면에 중국어로 가격과 거스름돈이 표기된다.
CU 관계자는 "올해 전체 점포들의 평균 매출 증가율이 10%를 밑도는 수준인데 중국인 매출은 50% 넘게 뛰었다"며 "서울 주요 숙소, 관광지 인근 점포들에서 유커 특화 마케팅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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