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청문회법 ‘원격 사령탑’ 예고
박근혜 대통령이 에티오피아ㆍ우간다ㆍ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를 각각 국빈방문하기 위해 25일 출국했다. 박 대통령은 상시 청문회법(개정 국회법) 폐기 논란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10박 12일 일정으로 4개국을 돌며 경제ㆍ문화 외교를 벌인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아프리카 방문을 앞두고 첫 번째 방문국인 에티오피아 국영신문‘에티오피아 헤럴드’ 25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대한민국은 ‘통합되고 번영하는 평화로운 아프리카’의 꿈을 공유하며 아프리카와 협력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해 에티오피아의 산업화게 기여하기 바란다”며, ‘지구촌 마지막 블루오션’인 아프리카와 경제협력 확대를 기대했다. 박 대통령은 또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의 유일한 한국전 참전국이라는 사실을 거론, “양국은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여서 첫 방문지로 택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출국 전 환송 나온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가는 것은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며 “당에서도 경제를 일으키는 데 적극 뒷받침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프리카 국가 중 상당수가 오랜 기간 남북한 중 북한에 상대적으로 기울어져 있던 만큼,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에서 북한 압박 외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방문한 이란에서 이란 정부의 ‘한반도 핵개발 반대’선언을 이끌어낸 데 이어, 아프리카도 북한을 고립시키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큰 압박을 받게 된다.
박 대통령의 두 번째 방문국인 우간다는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이자 군사 협력국이다. 1986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 위해 세 차례 방북했고, 2014년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우간다를 방문해 군사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북한이 2015년 ‘국제 김일성상’ 수상자로 선정하고 초청한 무세베니 대통령이 이에 응하지 않는 등 관계 균열 조짐이 있다. 에티오피아는 1970년대 사회주의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 동안 북한과 우호 관계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명목 상의 외교 관계만 남았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출국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정부를 통해 국회법 반대 여론전에 불을 붙인 데 이어, 여야의 움직임과 여론을 지켜 본 뒤 이달 말 개정 국회법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개정 국회법의 원격 사령탑’을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선 20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극한 대치에 휩싸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개정 국회법의 공포 시한(6월7일)을 이틀 앞둔 5일 귀국한다.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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