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자력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12년에 걸쳐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까지 부지 선정 완료를 권고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의 의견이 전혀 수용되지 않은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구나 정부 계획대로라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은 일러야 2053년에나 가동되기 시작, 그 전에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공간이 포화되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관련기사 6면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준위 방폐물 처분 문제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부지를 어디로 정할 지는 이번 기본계획에선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와 방식은 단계별로 제시됐다. 정부는 일단 부지 최종 선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관련 법 시행 후 12년으로 잡았다. 이에 앞서 고준위 방폐물 문제에 대해 국민들 의견을 수렴한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지난해 6월 정부에 2020년까지 부지 선정을 완료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산업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부지 확보에 드는 기간만 3배로 늘린 셈이다.
정부는 또 부지 선정 뒤 24년에 걸쳐 지하 시설을 짓기로 했다. 정부는 부지가 정해지면 영구처분 전 사용후핵연료를 넣어두는 ‘중간저장시설’과 실제 영구처분 조건과 비슷한 지하 환경에서 안전성 등을 실증하는 ‘지하연구시설’을 동시에 짓겠다는 계획이다. 중간저장시설 건설, 지하연구시설 건설 및 실증시험에 걸리는 기간은 각각 7년, 14년이다. 실증시험이 완료되면 이를 영구처분시설로 확장 건설해 10년 뒤 가동에 들어가겠다는 게 정부가 제시한 목표다. 이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은 일러야 2053년에나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공청회 등을 거쳐 7월 열리는 국무총리 주재의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기본계획의 실행을 위해 필요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절차에 관한 법률’(가칭)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고준위 방폐물 관리법의 국회 통과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적잖다. 이 경우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점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기본계획은 법이 시행돼야 진행된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문제의 시급성에 비춰볼 때 정부가 부지 선정 기간을 너무 길게 잡았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부 기본계획대로라면 중간저장시설 완공은 일러야 2035년이다. 그러나 이미 그 전에 월성과 한빛 등 일부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공간은 포화된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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