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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자리에 아들 앉히고… 無 노동에도 월 1150만원 高임금

입력
2016.05.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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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가 공개됐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가 공개됐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보좌직원 채용 가이드라인 없어

전문성 대신 친분관계로 채용 많아

5급으로 뽑아 7급 월급 주며

차액 돌려받는 임금 갈취 행태도

의정활동비 영수증만 내면 주고

특수활동비는 사용내역 공개 안 해

전문가들 “평가 통해 차등 지급을”

‘금배지’를 달면 조상 무덤도 들썩거린다고 할 정도로 국회의원이 되면 신상에 많은 변화가 일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의 대표가 권력층으로 비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특권이었다. 거듭된 지적에 국유 철도ㆍ선박ㆍ항공 무료이용이나 국회의원연금 같은 명시적 특권들은 상당 부분 폐지됐다.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정도가 남아 있지만 이마저 존폐문제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그래선지 많은 의원들은 “현재 국회의원 특권이 과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곧 국회를 떠나는 19대 의원 중 82명이 응했던 이달 초 본보 설문조사에서도 60명(73%)이 이런 답을 했다.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의정활동을 수행하려면 현행 수준의 지원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특권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반복된다. 20대 총선 당선인들 상당수가 제1호 법안으로 특권 내려놓기, ‘갑질’금지와 같은 법안들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

특권의 시작, 보좌직원 채용

논란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회의원 권한은 보좌진 채용과 관련 된 것.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각 의원은 의정활동에 필요한 보좌직원 7명(4급 2명, 5급 2명, 6ㆍ7ㆍ9급 각 1명)을 둘 수 있지만, 의원이 이들을 채용해 활용하는 데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때문에 아들, 며느리, 조카 등의 혈족, 친구의 아들이나 동생 등 친분 관계의 지인들이 끊이지 않고 채용됐다. 의정활동 지원을 위한 전문적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였지만 이 과정에서 자질 검증은 무시됐다. 가장 최근에는 박윤옥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자신의 둘째 아들을 차명으로 4급 보좌관에 채용해 논란을 빚었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보좌관은 “의원의 중요한 이야기를 옆에서 많이 듣는다는 이유로 운전기사를 4급으로 채용한 의원도 있다”며 “행정부로 치면 기술직의 운전기사를 4급 서기관급의 자리에 올려 놓고 무슨 입법 활동이 되겠느냐”며 혀를 찼다.

의원들의 대표적인 ‘갑질’ 행태 중의 하나인 보좌직원 급여갈취도 직원 채용에 대한 기준, 규정 부재에서 비롯된 일이다. 직원을 어떻게 뽑고, 배치할 지가 전적으로 의원 권한이다 보니 낮은 급수를 부여하는 게 마땅한 직원을 채용해 높은 급수를 줘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현실이다. 급여 갈취는 당초 약속 보다 높은 급수로 채용한 뒤 급여의 차액을 돌려받는 식으로 이뤄지는데, 의원과 해당 직원 간의 신사협정이 깨지면서 노출되곤 한다. 5급으로 뽑아 7급 직원 급여를 지급할 경우 의원 주머니로 들어가는 차액은 월 120만원에 이른다.

기업은 물론 공무원 조직에까지도 일반화 된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서 비켜서 있는 것도 의원들의 대표적인 특권이다. 본회의, 상임위 회의에 열심히 출석한 경우와 그렇지 않는 경우에도 다 똑 같은 월 1,150만원의 세비가 지급된다. 덕분에 지난 4ㆍ13 선거 이후 국회가 거의 돌아가지 않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2,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이달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20대 당선자들도 특별히 하는 일 없이 31일까지의 이틀 치 세비 약 66만원을 받으며 임기를 시작한다. 의원들이 행정부에 입각해 의정활동이 불가능해졌는데도 보좌진은 직을 그대로 유지하며 급여를 받고 있는 제도적 미비도 특권으로 지적된다.

국회에만 적용되지 않는 원칙들

의원들이 특권 논란에 문제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19대 국회 초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국회에 적용하기 위한 법안이 여야 의원들 발의로 상임위에 상정됐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충청지역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들로부터 욕 먹는 국회에 대한 이유를 모르는 의원은 없을 것“이라며 “먼저 나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않으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세비, 인건비뿐만 아니다. 입법ㆍ정책개발비 명목으로 지원되는 의정활동비가 의정활동 성과와 무관하게 일괄 균등 지급되는 것도 논란거리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년에 각 의원에게 약 2,200만원을 편성해놓고 있으며 세미나, 토론회 개최에 쓰인 비용 영수증을 제출하면 해당액수를 지급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10번 이상 쪼개서 행사를 하는 의원실도 있고, 한두 번으로 지원금을 모두 소진하는 의원방도 있다”고 전했다. 자료발간, 포스터ㆍ초청장 인쇄, 전문가 사례금(30만원 이하) 지급 등으로 토론회 한번에 들어가는 비용은 통상 300만~4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두 차례 토론회로 입법ㆍ정책개발비가 소진됐다면 제대로 일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회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특권이다. 특수활동비는 입법ㆍ정책개발과 관련된 조사활동 등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인데, 일반 업무추진비로는 원활한 업무수행이 곤란한 경우 쓸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과 대법원은 국회의 특수활동비 내역은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국회는 의정활동 위축과 국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따르지 않고 있다. 국회는 의원들의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매년 80억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팀장은 “특수활동비 제도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개선하자는 것”이라며 “특권은 다른 게 아니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특권”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꼼수 특권 근절을 위해 입법부 내 관련 규정ㆍ가이드라인 정비와 함께 국회의원들에 대한 정성적 평가 도입을 주장한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의원평가를 통해 보좌진, 의정활동비를 차등 지원한다면 이런 꼼수 특권들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일하는 국회 분위기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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