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말도 꺼내지 말자더니”
‘당권ㆍ대권 분리’ 폐지 여부도
논의 알려져 “밀실 합의” 비판
鄭 “대권의 ‘대’자도 안 나와”
내주 의총 열어 수습안 결론
‘정진석ㆍ김무성ㆍ최경환 3자 회동’을 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내 양대 계파의 수장에 불과한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을 만나 주요 당무를 논의하고 합의를 이끌어낸 듯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세 사람은 부인했지만, 회동에서 당헌상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의 폐지 여부도 의제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뒷말이 무성하다.
정 원내대표는 25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3자 회동에 대해 “계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는지 해법을 찾고자 모임을 만든 것”이라며 “두 분에게 계파 해체를 선언해달라고 요청했고 알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에게 “뒤에 숨지 말고 대주주들이 전면에 나서서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혁신비대위원장 선임을 비롯한 당 수습 방안에 대해 내주 초 의원총회를 열어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3자 회동을 두고 “밀실 합의이자 계파 인정 회동”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쇄신파로 분류되는 김영우 의원은 “의견 청취는 좋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이 3김시대도 아니고 주요 당론과 혁신위원장 초빙을 두 분이 만나서 합의하는 것은 월권”이라고 꼬집었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지도체제 문제를 세 사람이 결정하는 건 밀실 합의”라며 “계파 얘기하지 말자고 한 분이 계파 기득권을 인정해주는 모습을 보인, 대단히 어이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회동에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의 변경뿐 아니라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 폐지 여부 등 주요 당무에 대한 의견까지 오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에 더욱 불이 붙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회동에서 당권ㆍ대권 분리 여부에 대해 합의 수준은 아니지만 공감대는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는 차기 대선 1년 6개월 전에 모든 선출 당직에서 사퇴하도록 한 당권ㆍ대권 분리 규정은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더 민감한 쟁점이다. 실제로 비박계에선 지도체제의 변경과 당권ㆍ대권 분리 폐지가 특정 친박 의원을 대선주자로 키워주려는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위상이 한껏 커진 당 대표를 맡으며 인지도를 높인 뒤 곧장 대선후보 경선까지 직행할 수 있지 않냐는 얘기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두 사항은 비상대책위나 의원총회에서도 결정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며 “국회의원ㆍ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등 가능한 모든 당 공식기구에서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회동에선 대권의 ‘대’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부단히 당내 문제를 수습하려고 노력하는데 통일된 의견이나 구체적 대안을 제시도 안 하면서 시비를 거는데 다른 해법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김 전 대표와 최 의원 역시 곤혹스런 기색이다. 김 전 대표 측은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걱정하는 마음으로 의견 교환을 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 의원 측은 “합의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 아니냐. 정 원내대표가 보자고 해서 만난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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