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ㆍ홍문표 등 제주 집결
친박 “潘 권력의지 101%
여권의 가장 강력한 후보”
충청ㆍTK 연합 필승론까지
야권 인사는 안 보여 대조
일각선 JP와 면담 예측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년여 만인 25일 방한하면서 새누리당이 ‘반기문 대망론’으로 달뜨고 있다. 특히 친박계는 대구ㆍ경북(TK)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충청이 고향인 반 총장이 힘을 합쳐 정권을 재창출하는 이른바 ‘충청ㆍTK 연합 필승론’을 앞세워 물밑 여론몰이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차기 대선을 1년 7개월 앞뒀음에도 여권에 이렇다 할 차기 대권주자가 없다는 현실이 반 총장을 향한 관심을 배가시키고 있다. 반면 야권은 반 총장 환영 만찬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 등 여권과 온도 차를 보였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4시45분께 카타르항공 전세기편으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당초 낮 12시20분께 도착 예정이었으나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 일정이 지연되면서 지각 귀국했다. 전세기 트랩을 내려온 반 총장은 임성남 외교부 1차관, 김방훈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 등 마중 나온 인사들과 악수를 한 뒤 별다른 발언 없이 유엔기가 달린 차량에 타고 서귀포시로 이동해 중문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주최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제주 중문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환영만찬이었다.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모토로 올해 11회째를 맞은 제주포럼 행사장에선 반 총장의 금의환향 분위기가 연출됐다. 700석 규모의 만찬장엔 빈 자리 하나 없었다. 외교가에서 오준 주유엔 대사, 김원수 유엔군축담당 사무차장, 김숙 전 유엔 대사, 박준우 세종연구소 이사장 등 ‘반기문 사단’으로 불리는 인사들도 대거 모습을 보였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들도 제주에 총 집결했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과 평소 “(반 총장은) 새누리당의 대권 후보로 부족함이 없다”고 말해온 충청 출신의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도 자리를 같이 했다. 정 원내대표는 만찬에 앞서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참여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반 총장이) 여론조사에 자기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고 했잖냐”면서도 “나라가 어려울 땐 충청 출신 인사들이 먼저 일어난 사례가 많다”고 여운을 남겼다.
친박계는 앞서 ‘반기문 대망론’을 더 부채질했다. 반 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친박계 안홍준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총장의 권력의지는) 101%라고 본다. 아주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여권의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봐도 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4ㆍ13 총선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잠룡’들이 모두 낙선하면서 사실상 반 총장에 ‘올인(다 걸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제주가 지역구인 의원 3명(더민주 소속)도 모두 불참했다. 더민주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이 온다고 회자된 것이지, 그냥 보통 행사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반 총장이 야권으로 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반 총장 측에서 이전에 제게 ‘새누리당은 경선을 하려고 보니까 겹겹이 쌓여 있지만, 우리 민주당에 들어오면 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통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했다”며 “그래서 우리 문을 두드린 건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26일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황교안 국무총리와 면담을 갖는다. 이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갔다가 27일 밤 서울로 돌아온 뒤 경기 일산, 경북 안동ㆍ경주로 이어지는 방한 일정을 소화한다. 특히 안동 방문 등은 지난 12일 유엔의 공식 발표에는 없었던 일정이어서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장 반 총장이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만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정치권 인사와의 별도 만남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반 총장의 귀국 일정은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우리나라를 비운 사이 이뤄지고 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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