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법 개정이 결정적 역할
위원 선출 일관성 개선 주문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제 인권기구로부터 세 차례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는 굴욕 끝에 마침내 ‘A 등급’을 따냈다. 인권위법 개정 등 변화가 인정됐다는 이유이지만 인권단체들은 “알맹이는 바뀐 게 없다”며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25일 인권위에 따르면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승인소위원회는 24일 인권위에 A등급 유지를 통보했다. 승인소위는 각국 인권기구의 역할, 권한, 구성 등을 5년 주기로 심사해 등급을 부여한다. 현재 등급을 받은 111개 국가 중 A등급은 72개국, B등급 29개국, C등급 10개국이다. 인권위는 2004년 GANHRI의 전신인 국제조정위원회(ICC) 가입 당시 A등급을 받았고, 2008년 심사에서도 같은 등급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출범 후 인권위 위상이 추락한 데 이어 2014년 3월 재심사에서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고, 그 해 11월과 지난해 3월에도 등급 판정이 미뤄졌다. 당시 ICC는 “인권위원 임명 절차가 불투명하고 참여도 충분히 보장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권위가 4수 끝에 A등급을 획득한 것은 올해 1월 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개정법에는 ▦인권위원 선출 시 다양한 사회계층의 추천ㆍ의견 수렴 ▦인권위원 성비는 특정 성(性)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 등의 조항이 새롭게 추가됐다. 승인소위도 “인권위법 개정, 인권위원 선출 절차에 관한 내부 규정 신설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섣부른 판단”이라며 GANHRI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인권위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다양하고 공개적인 인선 절차가 지켜지지 않아 A등급 유지는 실질적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명숙 인권활동가는 “개정법은 인선 과정의 투명성과 참여를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여당 추천 몫인 정상환 상임위원 선출 때 새누리당이 만든 인선기구는 누가 위원인지도 모를 만큼 의문투성이였다”고 비판했다.
승인소위 역시 인권위원 선출 과정의 일관성을 주문했다. 승인소위는 “현재 인권위원은 각기 다른 3곳의 기관(국회, 대통령, 대법원장)에 의해 선출ㆍ지명돼 문제점이 야기될 수 있다”며 “단일한 독립 선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결정문에 적시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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