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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부끄러운 정무위 기재위

입력
2016.05.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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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나 기획재정위원회가 그래도 한 번은 열릴 거라 믿었다. 아무리 맥 빠진 레임덕 세션(총선 뒤 열리는 마지막 회기)이라지만, 나라 경제 전체가 구조조정의 거대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데 명색이 소관 상임위가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 기대했다. 낙선 의원들이 절반이 넘는 터라 다 불러 모으기는 힘들겠고, 또 관련 책임자들 역시 모두 출석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해당 부처로부터 현안보고 정도는 받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 착각이었다. 정무위도 기재위도 끝내 소집되지 않았다. 19대 국회의 두 상임위는 이 뜨거운 구조조정 이슈를 한 번도 다뤄보지도 못한 채 사흘 뒤 간판을 내리게 됐다.

정무위는 대우조선 최대주주로서 부실책임의 한 복판에 있는 산업은행과, 구조조정 작업을 총괄 지위하는 금융위원회를 감시하는 상임위다. 기재위는 구조조정 재원조성(산업은행 자본확충)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을 관할하는 곳이다. 두 상임위 소속의원들은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번 산업구조조정에 대해, 뭐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는지 묻고 따지고 바로 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 물론 구조조정과정에서 쏟아져 나올 실업문제도 짚어야 한다. 하지만 두 상임위는 아예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며칠 뒤면 국회를 떠나야 할 낙선 의원들이 무슨 열의가 있겠냐고? 당선 의원들도 20대 국회가 열리면 소속 상임위를 다 바꿀 텐데 무슨 실익이 있겠냐고? 차라리 새 국회에서 새 의원들이 제대로 따지는 게 낫지 않겠냐고? 다 웃기는 얘기다. 국회 의원이라면 당락에 관계없이, 임기 마지막 분초까지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열의와 의욕이 있든 없든, 20대에서 다루든 말든, 구조조정의 거대파도가 몰려오는 지금 이곳 국민의 대표로서 이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들은 파장 분위기일지 모르지만, 이 순간에도 경제는 돌아가고 있고 국민들은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무위, 기재위 모두 국회에선 알짜 상임위로 꼽힌다. 기재위는 거시경제정책을 다루는 품격과 권위 있는 상임위라서 선수(選數)가 높거나 전문성 있는 의원들이 1순위로 희망한다. 정무위는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을 다룰 수 있어 여야 공히 선호도가 높다. 국정감사 때면 증인채택 문제로 기업들이 줄을 서고, 후원금이 많이 몰리고, 출판기념회장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누릴 거 다 누린’ 정무위와 기재위 소속의원들이 선거 끝났다고 구조조정 이슈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화가 치밀다가 차라리 서글프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어떤 의원은 지역구 일에 매진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의원은 의정활동을 모아 백서로 낸다는데, 현안조차 외면하면서 무슨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겠다는 것인지.(환경노동위원회의 경우 가습기 사태와 관련해 환경부로부터 형식적으로나마 현안보고를 받기는 했다.)

지금 국회는 청문회법 때문에 정부여당과 야당이 대립 중이다. 위헌논란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했지만 청와대는 기본적으로 ‘청문회=정치공세장=행정마비’라는 단선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간 보여준 ‘행정부는 선(善)이고 애국이며 국회는 이를 방해하는 집단’이란 시각이 이번 청문회법 대응에도 그대로 관통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국정감시를 위해 국회 청문회는 얼마든지 열려도 좋다고 본다. 청문회법도 통과된 이상 공포되는 게 맞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 법이 시행된들, 뭐가 얼마나 달라질까 하는 생각도 든다. 청문회 법이 없어서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지 못하고, 책임추궁을 하지 못했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회기 중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열 수 있는 상임위를 총선이 끝났다고 소집조차 하지 않고 현안보고조차 받지 않는 국회인데, 문턱이 낮아진 청문회라고 자주 열까 싶다. 참으로 마지막까지 실망스러운 19대 국회다.

이성철 부국장 sc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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