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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콘다 사건'이 남긴 또 다른 상처

입력
2016.05.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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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방송된 EBS ‘리얼극장 행복’의 한 장면. EBS 제공
24일 방송된 EBS ‘리얼극장 행복’의 한 장면. EBS 제공

10여 년 전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배우 정정아의 ‘아나콘다 사건’이 다시 뜨거운 화제로 떠오른 하루였다.

24일 방송된 EBS ‘리얼극장 행복’에선 정정아와 그의 아버지가 함께 중국 여행을 떠나 ‘아나콘다 사건’의 뒷이야기와 그 동안의 오해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2005년 정정아는 아버지의 환갑잔치를 위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도전! 지구탐험대’란 프로그램에 합류한다. 정글로 간 그녀는 촬영 도중 아나콘다에 물리는 사고를 당하고 이후 프로그램은 안전 불감증 문제가 불거지며 폐지됐다. 정정아는 당시 사고의 흔적을 보여주며 “많이 아물었다. 처음에는 상처가 깊어 살이 들려서 근육이 다 보였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런데 사고 피해자였던 정정아는 정작 ‘물의를 일으켜 관심을 끌려는 연예인’, ‘프로그램을 없애버린 재수 없는 연예인’으로 낙인 찍히며 방송활동을 중단했다고 고백한다. 이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자신을 더 힘들게 한 건 그의 아버지 정대근씨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정정아는 방송에서 “아버지가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꾸려가는데 네가 없애냐. 방송국에 가서 무조건 빌어라’고 했다. 누구도 나를 비난하지 않았는데 아버지만 나를 비난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는 끝까지 딸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결국 부녀는 11년 이란 긴 시간 동안 서로 등을 지며 살아왔다.

그러다 생애 첫 동반 여행길에 올랐지만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네 잘못이라고 생각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정정아는 “아빠가 나를 죄인으로 만들어요.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자꾸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하냐”며 오열했다.

하지만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었음에도 평생 가족을 위해 일만 해오다 늙어버린 아버지의 모습에 결국 눈물을 흘렸다. 차마 볼 수 없었던 아버지의 눈을 보며 과거의 상처를 조금씩 털어놓는 정정아와 세월 앞에 스스로 나약해졌음을 인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방송을 시청한 네티즌들도 온라인 상에 “왜 갑자기 안 보이나 했더니 아나콘다 사건 때문이었군요. 힘들었을 시간들이 얼굴에서 다 보이네요”(tre******), “정아씨도 자식 낳아보면 부모로서 또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힘내세요”(ut****), “남이 뭐래도 감싸주는 게 가족인데 정아씨 힘드셨을 듯. 그래도 아버지와 대화로 푸는 모습 보기 좋네요”(ow*****) 등의 글로 정정아를 응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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