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시청 앞 서울광장에 차려진 천막 부스가 면접 순서를 기다리는 구직자들로 붐볐다. 한 편에서는 이력서용 증명사진 무료 촬영이 한창이다. 번듯한 정장 차림은 아니지만 구직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서울시가 노숙인,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 구직자를 민간 기업과 연결해 주는 일자리 박람회를 처음으로 열었다. 이날 열린 ‘취업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는 시가 3월 발표한 ‘2016년 노숙인 일자리 종합대책’에 따른 것이다. 총 50여개 기업이 뜻을 같이 해 32개 업체가 참여해 부스를 마련했고 20개 업체는 노숙인일자리지원센터 온라인 카페(http://cafe.daum.net/bridge9199)를 통해 채용에 나섰다.
행사 현장은 여느 일자리 박람회와 다를 것 없이 구직 열기로 뜨거웠지만 다른 박람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구직자의 자립을 응원하는 자원봉사의 손길이 더해졌다. 노숙인 출신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카페가 마련돼 커피가 무료로 제공됐고 쪽방촌에서 만든 양말인형과 화분 등이 전시됐다. 조세현 사진작가와 노숙인 출신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희망사진관’ 작가들은 취약계층 구직자들이 이력서에 쓸 증명사진을 현장에서 무료로 찍어 줬다. 박원순 시장도 현장을 방문해 참가 기업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구직자들과 일자리 정책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서울시가 저소득층ㆍ노숙인 대상 일자리 박람회를 연 이유는 그간 취약계층에 제공되던 공공 일자리의 한계 때문이다. 이들의 완전한 자립을 위해서는 생계 안정 차원의 지속 가능한 민간 일자리 취업을 늘려야 한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1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박람회 면접 결과는 27일 대부분 확정된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말 기준 시내 거리에서 생활하거나 자활시설에 거주하는 노숙인과 쪽방주민 7,730명 가운데 47% 정도가 일상적인 근로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는 노숙인 일자리 종합대책을 통해 올해 이들 가운데 73%(2,550여명)에게 공공ㆍ민간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는 지난달까지 약 2,300명의 노숙인 등이 일자리를 찾아 목표의 90%를 달성했다고 소개했다. 박 시장은 “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를 정례화해 2020년까지 5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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