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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넘어 지역노동자와 하나될 때 사회가 바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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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넘어 지역노동자와 하나될 때 사회가 바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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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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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선 희망씨 사무국장은 17일 한국일보를 찾아 "노동조합의 희망은 노동과 지역의 연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훈 인턴기자(세종대 광전자공학과 4)
김은선 희망씨 사무국장은 17일 한국일보를 찾아 "노동조합의 희망은 노동과 지역의 연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훈 인턴기자(세종대 광전자공학과 4)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돕고 지켜주는 노동조합이 있다. 회사와 단체교섭을 하면서 임금 인상은 포기해도 사회공헌기금은 포기할 수 없다며 지역과 연대를 생각하는 노조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산하 지역일반노조인 희망연대노조는 2009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가 되고 지역사회를 끌어안기 위해 출범했다. 지역 노동자라면 업종이나 회사,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것이 지역일반노조다.

희망연대노조가 정규직 위주의 기존 노조에서 벗어나 노동시장 양극화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최근 희망연대노조의 발자취를 ‘마을과 노동, 희망으로 엮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낸 김은선(42) 더불어사는 삶 사단법인 희망씨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희망씨는 노동자와 지역 주민이 중심이 돼 아동ㆍ청소년을 지원하는 나눔연대 법인이다.

조합원으로 2011년부터 희망연대노조에서 일하다 희망씨를 이끌고 있는 김 국장은 희망연대노조가 지역일반노조 형태로 구성된 이유부터 설명했다. “지역에 있는 수많은 청년ㆍ비정규 노동자, 여성노동자 등을 노조 울타리로 묶으며 지역에서 살아 숨쉬는 노동조합, 지역ㆍ노동의 변화를 함께 일구는 노동조합을 원해서였습니다.”

희망연대노조가 출범한 뒤 처음 조직된 노조가 종합유선방송사인 당시 씨앤엠(현 딜라이브) 정규직 노조다. 씨앤엠 정규직 노조는 씨앤엠 내 비정규직들의 노조 조직을 도왔고, 노조를 만든 씨앤엠 비정규직들은 다시 동종 업체 티브로드의 비정규 노조가 생기는 것을 도왔다. 이후 통신업체인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에서도 비정규직 노조가 탄생했다. 김 국장은 “케이블ㆍ통신 업계는 특정 지역에서 케이블 방송이나 인터넷의 설치ㆍ해지ㆍAS 업무를 하다 보니 회사가 달라도 노동자들이 서로 잘 알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어 조직 결성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희망연대노조는 새로운 대안 노조를 꿈꾸는 활동가들이 정규직 위주인 기존 노조가 변화해야 한다고 느껴 조직한 것이다. “노동운동의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조 운영이 보수화되고 있고 정규직 노조는 고착화되고 있어요. 비정규직 노동자를 끌어안는 노조가 많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는 만들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도 어렵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어요. 노동과 지역이 분리돼서 활동하고 있고요.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사회나 노동운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고민이었습니다. 보다 통 큰 연대가 필요했죠.”

희망연대노조는 조합원들의 노동환경 개선만 생각하지 않는다. 노동과 지역이 연대해 사회 변화를 이끌고 조합원들의 삶의 변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조합원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생활문화연대사업을 하고 있고, 지역사회를 끌어안기 위해 지역연대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연대를 나눔의 방식으로 국제사회까지 확장하는 나눔연대사업도 하고 있다. “생활문화연대사업으로는 조합원 가족을 초대하는 가족캠프, 아버지학교, 텃밭사업, 힐링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소모임도 지원하죠. 지역연대사업으론 지역 내에서 아동과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봉사활동이나 이주노동자 의료지원사업 등을 합니다.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하면서 네팔의 지역사회를 돕기 위해 노조가 사회공헌기금을 출연하는 등 나눔연대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단체협약을 하면서 임금인상보다 사회공헌기금 확보를 우선시하는 노조도 있어요.”

김 국장은 희망연대노조가 아직 실험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산적한 과제 중 첫째는 생존이다.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아 지역사회에 녹아 들기가 쉽지 않다. 그는 “이제 더불어 사는 삶을 향한 가치들을 공유하고 함께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동하는 사람들이 노조를 초월해 지역 노동자들과도 함께 연대하며 큰 목소리를 낼 때 사회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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