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막말뿐 아니라 엉망진창인 패션 감각으로도 다른 정치인들과 뚜렷이 구분된다. 공식석상에 설 때면 늘 크고 헐렁한 옷을 입는데, 조롱과 비난을 일삼는 거침없는 이미지를 돋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와 큰 양복’이라는 기사에서 “트럼프의 패션은 4류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양복 상의는 어깨 선을 넘어 흘러 내리는 데다가 허리선 아래로 축 늘어져 있고, 바지는 헐렁하다 못해 쭈글쭈글해서 낡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성공한 정치인들이 말쑥한 옷차림을 뽐내는 것과 대비된다. 영화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친근해 보이는 갈색 정장과 녹색 넥타이, 반짝이는 갈색 구두를 신으며 호감 가는 이미지를 연출했다. FT는 “레이건 대통령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게 하는 방법을 알았다”며 “현재 많은 대통령들이 그의 이미지를 모방한다”고 칭송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도 ‘뛰어나진 않지만 깔끔하게 옷을 입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클린턴 후보는 강렬한 원색 색상에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선호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반면 민주당 라이벌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주로 유행에 뒤떨어진 정장 차림인데, 그의 학구적인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마음만 먹으면 명품 옷을 휘감고 재단사를 통해 치수도 몸에 완벽히 맞도록 할 수 있는 억만장자 트럼프는 ‘일부로 마음먹은 듯’ 큰 옷을 입고 공개석상에 선다. FT는 “하지만 트럼프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그의 저속한 언행과 놀랍도록 일치한다”며 “그가 값비싼 옷까지 둘렀다면 그의 자의식 과잉을 더욱 부풀려 유권자들이 불쾌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정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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