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코리안드림… 태국인 등 돈 벌러 왔다 ‘뽕쟁이’전락
국제특송으로 히로뽕ㆍ야바 등 밀반입… 불법체류자 등 대상 판매
돈을 벌기 위해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한 뒤 마약을 거래하거나 투약한 동남아인 30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북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 같은 협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로 태국인 26명과 말레이시아인 4명 모두 30명을 적발해 판매총책 A(38ㆍ태국인)씨 등 28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한국에서 마약판매 경험이 있는 태국 지인의 권유로 지난해 5월 입국, 국제특송 택배로 생필품 속에 야바와 히로뽕 등을 숨겨 경남 거제시로 반입한 뒤 국내에 체류 중인 태국인 중간판매책을 통해 동남아인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5개월 간 12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야바는 히로뽕에다가 카페인과 헤로인, 코데인 등 마약성분을 섞어 알약 형태로 만든 것으로 환각성이 히로뽕보다 훨씬 강력한 마약이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6,000만 원(1,800회 투약분) 상당의 마약을 압수했다.
이들은 외국인 전용마트를 마약 수신지로 해 택배로 운송했지만 공항 세관에서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B(28ㆍ태국인)씨 등 태국인 12명은 경남북, 호남 일대 공단에서 일을 하면서 마약을 구입, 투약과 함께 다른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판매했다. 또 C(38ㆍ말레이시아인)씨 등 17명은 B씨 등으로부터 1회 투약분을 5만~7만 원에 구입해 투약하다 적발됐다.
적발된 마약사범들 중 불법체류자는 22명이나 됐고, 이 중 20명이 관광 목적의 무비자로 입국한 뒤 공단에 취업, 불법체류하며 돈을 벌어왔으나 대부분 마약 구입비로 날린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전용주점이나 식당, 축구모임 등에서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했고, 환각상태로 출근해 일을 하거나 월급 대부분을 마약 구입에 썼고, 자국으로 송금할 돈이 부족해지자 돈벌이를 위해 마약판매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일부 마약사범들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합법적인 체류기간이 남았음에도 본국으로 도주한 경우도 있었다.
김광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동남아 근로자들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3D업종에 취업,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 함께 어울리다 보니 마약에 쉽게 빠져든 것 같다”며 “점심시간에 한자리에 모여 마약을 투약하고 출근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며 연루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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