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콤비어스 부부의 자살여행

입력
2016.05.25 04:40
0 0

[기억할 오늘] 5월 25일

베티(왼쪽)와 조지 콤비어스 부부. 다큐멘터리 '자살 여행자들 the suicide tourists' 스틸컷.
베티(왼쪽)와 조지 콤비어스 부부. 다큐멘터리 '자살 여행자들 the suicide tourists' 스틸컷.

캐나다 벤쿠버의 엘리자베스(베티)와 조지 콤비어스(Coumbias) 부부는 2007년 동반 자살을 결심했다. 심장병을 얻어 17년째 일을 못하고 툭하면 응급실 신세를 져온 남편 조지의 상태가 악화했다. 부부로 48년을 함께 산 35년생 동갑내기인 그들에겐 한날 한시에 죽자는 신혼의 약속이 목숨만큼 중요했다고 한다. 부부는 스위스 디그니타스로 ‘자살 여행’을 떠났다.

문제는 베티였다. 죽고자 하는 의지와 결심은 확고했지만, 그는 디그니타스의 조력자살 서비스 대상자가 되기엔 더없이 건강했다. 법적ㆍ윤리적 문제로 상시적인 비난과 법적 분쟁에 시달려온 디그니타스로서는 운신의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불가 결정을 내렸고, 부부는 캐나다로 되돌아가야 했다.

존 자리츠키(John Zaritsky)라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그 과정을 촬영, 그 해 말 ‘자살 여행자들(the suicide tourists)’이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조력자살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허용 범위 등을 둘러싸고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됐고, 조력자살 찬성론자 진영 안에서도 찬ㆍ반 격론이 일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 사람 누구도 상관할 바 없는, 내 육신이고 내 결정이다. 아내도 동의했고, 가족도 동의했다. 우리는 50년을 함께 살았고, 함께 행복하게 죽기를 늘 원해왔다.”(조지 콤비어스)

“결혼한 그날부터 조지는 내 삶의 전부였다. 나는 두 딸을 사랑하지만, 그를 더 사랑한다. 그가 없는 삶을 내가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없다.(…) 디그니타스에 대한 자료를 읽고 우리는 동반 자살보다 더 나은 길, 서로의 품에서 함께 죽을 수 있는 길을 알게 됐다.”(베티 콤비어스)

그 해 말 NPR 인터뷰에서 자리츠키 감독은 “죽을 권리의 한계를 극단까지 밀어붙여 보고 싶었다.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에게도 그 권리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궁극적인 질문을 사회에 던져보기 위해 촬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2년 뒤인 2009년 5월 25일 베티가 먼저 암으로 별세했다. 그들의 얄궂은 운명, 어긋나버린 신혼의 약속은 또 숱한 논란과 화제를 낳았다. 조지는 여전히 심장병을 지닌 채 살아 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