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공포 시한인 내달 7일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수도
공포도 거부도 안 하고 자동 폐기
꼼수 논란 우려 있어 가능성 희박
일단 법제처 유권해석에 촉각
박근혜 대통령이 ‘상시 청문회법’(개정 국회법)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도 이에 대한 구체적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19대 국회가 이달 29일로 종료돼 거부권 행사 시 복잡한 법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변수를 감안해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국회법 재의를 국회에 요구할 가능성이 여권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ㆍ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6월 5일까지 기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순방지에서 ‘법안 재의 요구안’에 전자 결재를 하는 것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황 총리가 29일 이전에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면, 원칙적으로 19대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다시 표결에 부쳐야 한다. 19대 국회 안에 본회의가 열리지 못할 경우, 국회법이 자동 폐기되는 것인지 아니면 20대 국회로 승계돼 재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의 국회법 공포 시한(법안의 정부로 넘어온 날로부터 15일)이 6월 7일인 만큼, 박 대통령이 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직접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달 31일에 잡혀 있는 국무회의를 황 총리가 주재하면서 박 대통령의 이름으로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20대 국회에서 거부권을 발동할 경우에도 논란이 발생한다. 19대 국회가 처리한 특정 법안을 인적 구성이 바뀐 20대 국회에서 재의할 권한이 있는가를 두고 법리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거부한 국회법이 돌아갈 19대 국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재의 과정이 없어지면 거부권 행사만으로 법안을 폐기시킬 수 있어 청와대로선 부담을 덜 수 있다.
6월 7일까지 국회법을 공포하지도, 거부하지도 않으면 19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시킬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일부에서 오르내렸다. 그러나 정부가 공포하지 않아도 법안으로 확정된다는 것이 대다수 학자의 견해인 데다, 꼼수 폐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정부가 이 방안을 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23일부터 상시 청문회법의 위헌 소지 등 내용 상 문제점을 일제히 부각시키고 나섰다. 반대 여론을 지피려는 여론전인 동시에, 정부가 위헌 심판이나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청와대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질 수 있는 게 부담이다.
정부가 어떤 카드를 쓸지는 일차적으로 법제처의 유권 해석에 달려 있다. 국회 회기가 바뀌는 시기에 가결된 법안을 놓고 이번처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진 일이 거의 없는 만큼, 법제처는 극도로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법제처 관계자는 24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정부 각 부처와 학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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