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시 청문회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을 둘러싼 논란으로 20대 국회 시작 일주일을 앞두고 여야간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청와대가 이달 말 거부권 행사(국회 재의 요구)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행정 마비’, ‘위헌 가능성’을 거론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에 야당은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며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정종섭 새누리당 당선자는 2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개정 국회법 제65조 1항 3호의 ‘소관 현안의 조사’라는 청문방식은 위헌성이 매우 높다”며 “다른 헌법 기능을 과도하게 침해해 결국 의회독재, 국회독재를 가져올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 정책의 대외비 단계와 정책 수립과정까지 국회가 조사를 일상적으로 하고, 그로 인해 행정부가 정상적인 업무를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 당선자는 헌법학자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임위 차원에서 모든 현안에 대해 청문회가 가능하게 한 것은 과잉입법이고 헌법의 위임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를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가 (지난해 7월) 운영위와 법사위에서 합의한 것인데, 갑자기 왜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제는 국회가 행정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20대 국회에서 협치가 산뜻한 출범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했다.
개정 국회법에는 상시 청문회 외에 8월 임시국회 명문화, 3ㆍ5월 폐회 중 상임위 개최 등 ‘일하는 국회’를 위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정부ㆍ여당이 상시 청문회만 거론하며 여론 호도에 나섰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또 여소야대 구도를 감안할 때, 여야가 합의 처리한 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20대 국회에서 협치가 어려울 수 있다고 압박에 나선 것이다.
여야는 개정 국회법이 19대 국회 임기(5월 29일) 내 공포되지 않을 경우 자동 폐기되는지 여부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 20대 국회에서의 재의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의 검사 출신 김진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회법은 5월 30일 자동 폐기되므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고, 판사 출신 홍일표 의원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 구성원이 전혀 다른 20대 국회에서 19대 국회가 의결한 법안을 재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민주 소속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19대 국회 법률안에 거부권이 행사되면 20대에서 재의할 수 없다는 금지조항이 있는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김진태 의원의 자동 폐기론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개정 국회법이) 통과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상임위 청문회에 대해 ‘정책 청문회’임을 강조하고, “이걸 갖고 (대통령) 거부권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상당히 슬픈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송부된 개정 국회법은 법제처의 법리검토를 거쳐 청와대로 이관될 예정이다. 25일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순방에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에라도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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