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농업화학기업 탄생 예고…향후 세계 식량시장 독점할 수도
실제 인수합병은 미지수…바이엘 수준에 비해 인수가액 높고 몬산토 회의적, 미국ㆍ유럽 반독점 조사 착수도 걸림돌
독일 제약화학업체인 바이엘이 미국 종자업체 몬산토를 현금 620억달러(약 73조9,288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현금을 통한 기업 간 인수합병 규모로는 사상 최고액으로 합병이 성사되면 세계 최대의 농업화학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바이엘 입장에서는 향후 전세계 식량공급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것인데 미국과 유럽이 반독점 조사에 착수하는 등 실제 인수합병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엘은 전날 현금 620억달러에 몬산토를 인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몬산토 주식을 올해 5월9일 기준 주가보다 37% 비싼 주당 122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바이엘의 인수합병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곡물가격 하락세로 경영상 어려움에 빠진 농ㆍ화학 관련 전세계 기업들은 상호 인수합병을 통해 어떻게든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화학기업 켐차이나는 올해 2월 스위스 종자업체 신젠타를 430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바이엘은 신젠타 인수합병을 추진하다 켐차이나에 빼앗기자 몬산토로 눈을 돌려 막대한 인수합병 금액을 제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엘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전세계 농업화학시장 점유율을 32%까지 끌어올리고 세계 최대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베르너 바우만 바이엘 최고경영자(CEO)는 “몬산토의 유전자조작 종자와 바이엘의 작물보호제가 합쳐지면 켐차이나와 신젠타 간 합병법인의 매출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로 2050년 1인당 경작지가 17% 줄어드는 반면 인구는 100억 명에 이르러 식량 공급 부족이 예상돼 이를 타개하려면 식량 생산량을 기존보다 60% 늘려야 하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합병을 반신반의하고 있다. 우선 바이엘이 인수가액을 지나치게 높게 적었다는 분석이다. 안드레아 윌리엄스 로열런던에셋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는 “바이엘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데 인수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FT에 말했다. 바이엘 주가가 몬산토 인수금액을 발표한 23일 4% 이상 하락한 점도 악재다. FT는 “주주들은 인수합병으로 바이엘의 주력 사업이 제약에서 농업화학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며 “전반적인 농업화학 기업들의 매출이 하락세인 점이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몬산토도 바이엘의 인수합병 제의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몬산토는 인수합병 금액으로 바이엘의 조건(주당 122달러) 보다 높은 주당 135달러를 검토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몬산토는 2011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신젠타 인수를 시도하는 등 경영 건전성이 높기 때문에 몸값을 높게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당국은 이번 인수합병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착수한다고 밝혀 몬산토의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합병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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