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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이란, 충북 오송 투자부터 눈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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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이란, 충북 오송 투자부터 눈돌렸다

입력
2016.05.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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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맨 왼쪽) 충북지사가 테헤란 시내에 자리한 로얀연구소를 둘러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로얀연구소의 뛰어난 줄기세포 연구실적과 우리나라의 유전자편집기술을 접목하면 세계적인 신약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종(맨 왼쪽) 충북지사가 테헤란 시내에 자리한 로얀연구소를 둘러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지사는 “로얀연구소의 뛰어난 줄기세포 연구실적과 우리나라의 유전자편집기술을 접목하면 세계적인 신약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이 이란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란과의 교류 신호탄은 지난 15~17일 이란을 방문한 충북도 대표단(단장 이시종 충북지사)이 쏘아 올렸다. 도 대표단은 이란의 오송 투자 물꼬를 트고 다양한 협력사업을 발굴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 후 교류협력을 목적으로 이란을 찾은 것은 충북이 처음이다. 이시종 지사는 “대통령이 이란과의 경협 길을 터놓은 것이 이번 성과를 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실질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 후속 교류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란, 오송 바이오밸리 투자 시동

이번 도 대표단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이란의 오송 투자를 사실상 확정지은 것이다. 대표단은 이란 정부가 지원하는 전통의학기업 투바(TOOBA)와 오송에 이란 전통의학연구소를 설립하는 내용의 MOA(합의각서)를 체결했다. 이 연구소는 이란ㆍ충북 공동연구소로 설립, 운용된다. 투바가 40억원을 투자하고 충북도가 20억원(국비 10억원)을 지원해 충북경제자유구역 오송 바이오지구에 들어선다. 구체적인 투자 일정은 호세인 아야티 투바 대표가 한국을 방문하는 6월말쯤 확정될 예정이다. 투바의 합작파트너인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전상헌 청장은 “비영리법인 설립, 이란의 자금 송금 절차를 거쳐 올해 하반기 중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이란의 오송 투자 계획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과 투바는 지난해 4월 오송 바이오지구에서 페르시아 전통의학을 활용해 세계 의약시장에 진출하기로 협약했다. 이란 측은 10년간 총 20억 달러를 오송에 투입해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이런 장기 프로젝트의 첫 단추가 이란 전통의약연구소다.

이 연구소가 설립되면 이란 전통 약재를 활용해 신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화장품을 개발하는 연구가 본격화한다. 나아가 연구 결과를 상품화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도 대표단은 이란 최고의 줄기세포 연구기관을 오송으로 끌어들이는데도 성공했다. 충북테크노파크와 이란 로얀연구소가 줄기세포 연구에 협력하는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양 기관은 줄기세포와 유전공학 연구를 위한 합작 기관을 오송에 설립키로 했다. 1991년 비영리법인으로 출범한 로얀연구소는 세계적 수준의 줄기세포 연구기관으로 이름나 있다. 이란 내 임상시험 1위를 자랑하며 생식ㆍ줄기세포 관련 국제학술상을 매년 시상한다.

남창현 충북테크노파크 원장은 “로얀연구소의 세계적인 줄기세포 기술력과 오송의 바이오인프라가 합쳐지면 글로벌 바이오 의약시장을 선도할 결과가 나오리라 확신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과 이란 투바가 16일 테헤란주청사 회의실에서 충북 오송에 이란 전통의학공동연구소를 설립하는 MOA를 맺었다. 왼쪽부터 전상헌 충북경자구역청장, 이시종 지사, 하셰미 테헤란주지사, 아야티 투바 대표.
충북경제자유구역청과 이란 투바가 16일 테헤란주청사 회의실에서 충북 오송에 이란 전통의학공동연구소를 설립하는 MOA를 맺었다. 왼쪽부터 전상헌 충북경자구역청장, 이시종 지사, 하셰미 테헤란주지사, 아야티 투바 대표.

한-이란 협력사업 발굴도 함께

이번 방문에서는 농업ㆍ보건ㆍ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협력사업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란 농림부는 약용식물의 산업화ㆍ국제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약용식물의 효능분석과 표준화, 유효성능 추출, 상품화를 위한 공동연구ㆍ합작투자를 희망했다. 또한 농산물 가공ㆍ포장기술 전수를 요청하기도 했다. 충북도는 조직배양 기술, 식물공장 운영 기술을 교류하자고 제안했다.

보건 분야에서는 병원건설ㆍ건강보험ㆍ제약ㆍ식품안전 관련 기술교류 확대 방안을 협의하고,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상하수도 고도처리기술 공동 개발, 태양광발전 기술 이전을 기반으로 한 공동투자회사 설립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진정한 협력파트너십 기틀 마련

충북 대표단을 맞은 이란 정부의 관심은 각별했다. 부통령을 비롯한 이란 정부 고위직들이 대거 나서 충북의 전략산업과 투자유치 환경 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무엇보다 충북도의 경제교류 방식이 단기적인 교역 중심이 아닌 양국의 공동연구, 합작투자 등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협력을 추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소레나 사타리 이란 과학기술부통령은 이 지사와의 면담에서 “이란을 한국제품의 단순한 판매처로 한정하기보다 기술이전, 산업협력 파트너로 인정해주길 바란다”며 이란-충북 연구인력 상호 교류,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충북의 전략 산업인 태양광 반도체 바이오 등을 소개하며 “한-이란 합작 공동개발 사업을 적극 발굴해보자”고 화답했다.

호세인 하셰미 테헤란 주지사는 투바의 오송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며 충북도와 이란 전통의학 분야의 교류협력 사업에 참여할 뜻을 비쳤다. 투바를 관할하고 있는 이란 복지부의 이라이 하리리치 수석차관도 양국의 전통의학 협력사업을 적극 지지했다.

이시종 지사는 “바이오 태양광 등 충북의 전략산업과 이란이 추구하는 산업이 엇비슷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경제제재 빗장이 풀린 이란을 단순히 물건만 내다파는 시장이 아닌 함께 상생하는 동반자로 삼아 먼저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헤란=글ㆍ사진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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