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에서 중소형 위주 탈바꿈
‘은평스카이뷰자이’ 전 가구 84㎡
설계 변경 통해 전용률 높이고
대단지 구성 관리비 부담 낮춰
올 2만6458가구 분양 다시 열기
압구정ㆍ용산 등 개발계획 잇따라
#1. 지난 4월 경기 고양관광문화단지 내 주상복합 아파트인 ‘킨텍스 원시티’의 1순위 청약에서 1,949가구 모집에 1만185명이 몰려 평균 5.2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순위 청약자가 1만명을 넘긴 것은 고양시 분양 역사상 처음이다.
#2. 올해 서울에서는 재건축ㆍ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초고층 주상복합 개발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서울시가 압구정 역 주위에 최고 40층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강동구 천호동 천호4재정비 촉진구역에도 지하6층~지상 38층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용산 참사’ 이후 7년 넘게 표류해 온 용산 4구역에도 최고 43층 높이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지어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한동안 시들했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도심 상업지역에 위치해 교통, 상권 측면에서 일반 아파트가 따라올 수 없는 전통적인 강점에 더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흐름에 맞춰 중소형 평형 비중을 높이고 공간 설계를 효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상복합의 회복세는 분양 물량에서도 나타난다. 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상복합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2만6,458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2000년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성공 이후 주상복합 붐이 일었던 2002년(2만8,976가구), 2003년(2만9,595가구)의 분양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작년에 부동산 경기 활황에 힘 입어 폭증하더니 올해도 인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최근 주상복합이 시장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공급면적, 설계, 단지 구성 등 모든 분야에서 변신을 시도하면서 실수요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소규모 가구 중심으로 재편되는 인구 구조 등을 고려해 ‘초대형’이라는 기존 주상복합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85만㎡ 미만의 중소형 평형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올해 3월 분양을 마친 서울 은평구 ‘은평스카이뷰자이’는 공급가구(361가구) 100%를 84㎡로 구성했다. 10월 분양 예정인 경기 김포시 ‘한강신도시예미지’ 역시 785가구 전체를 전용 71~87㎡의 중소형 평형으로만 공급한다.
주상복합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지적돼 온 전용률 또한 개선되고 있다. 전용률은 분양면적에서 복도, 층계, 관리사무소 등 공공시설면적을 제외한 나머지 면적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존 주상복합의 전용률은 60~70% 수준으로 일반 아파트(70~80%)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거주 면적이 적었다. 이에 건설사들은 공간 효율성이 떨어지는 타워형(위에서 내려다보면 +, ㅁ, Y 형태로 보이는 구조) 대신 판상형(일자형 구조) 설계를 채택하고, 그간 전용률을 갉아먹었던 저층부 상가를 독립 건물로 분리하는 방식으로 전용률을 높여나가고 있다. 대우건설이 용산전면2구역에 짓고 있는 ‘용산푸르지오써밋’의 전용률은 평균 78%로 일반 아파트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 대형 면적 위주의 200~300가구 안팎의 소규모 단지 구성에서 벗어나 중소형 평형 중심의 1,000가구 이상 대단지로 선보이며 관리비 부담까지 낮췄다.
다만 전문가들은 주상복합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흐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주상복합의 경우 높은 분양가 탓에 주요 수요층이 고액 자산가 등으로 한정된 측면이 있다”며 “일반 아파트와 달리 매매 자체가 활발하지 않은 탓에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때 주상복합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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