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해외 식당 종업원들이 또 탈출했다는 소식이다. 한 대북 전문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 한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종업원 2~3명이 최근 동남아의 한 국가로 탈출해 한국 행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통일부도 24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탈출한 북 여종업원들은 산시성 시안의 식당에서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탈출은 4월 초 중국 닝보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에 이어 두 번째다.
여러 정황상 이번 탈출은 첫 번째 집단탈출에 영향을 받은 모방 탈출일 가능성이 높다. 4차 핵 실험 후 취해진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여파로 북한 해외 식당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본국으로부터 송금 독촉은 물론이고 실적이 부진한 경우 본국으로 소환될 위기에 처하기도 하는 상황이 집단탈출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출 이후 북한 당국은 해외 근무 종업원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또 집단탈출이 발생한 것으로 미뤄 앞으로도 유사한 집단탈출이 줄을 이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은 13명 종업원의 귀순에 대해 남측 정보당국이 개입한 ‘집단 납치극’이라며 유엔에 대책을 촉구하는 등 격렬히 반발해왔다. 이번에는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여간 당혹스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지난번 7차 당 대회에서 ‘핵ㆍ경제 병진 노선’을 항구적인 전략으로 선언하고 ‘자강력 제일주의’를 앞세워 주민 결속을 다진 상황이어서 당혹감은 한층 더 할 수밖에 없다. 중국 당국이 1차 집단 탈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북한 여권을 소지한 북 종업원들의 제3국 행을 묵인한 것은 냉랭해진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다.
북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에 따른 안보리 결의 2270호 이행보고서 제출 시한(보고서 채택 후 90일 내. 5월31일)을 앞두고 전통적 우방인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스위스도 결의이행 세부지침 시행에 들어가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옥죄기는 한결 촘촘해지고 있다. 북한이 최근 대남 군사회담을 잇따라 제안하고 나선 것은 이런 압박상황에서 벗어나 보려는 얄팍한 술책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근본적 태도 변화 없이는 아무 것도 달라질 게 없다. 물론 해외에서 근무 중인 종업원들의 탈출 행렬도 막기 어렵다. 김정은 정권은 지금 자신들이 처해 있는 엄혹한 상황을 직시하고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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