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터진 경남FC와 이번에 불거진 전북 현대의 심판 매수 사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심판과 접촉한 사람이 구단 스카우터라는 사실이다. 경남FC는 안 전 대표이사의 지시를 받아 심판에게 봉투를 건넨 박모씨가 구단 스카우터였다. 전북도 스카우터 차모씨가 심판을 만나 돈을 줬다. 몇 년 전 축구계에는 구단 관계자와 심판이 중요 경기 전날 지방의 한 유흥업소에서 만났다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이번에 기소된 차씨와 또 다른 한 명의 지방 구단 스카우터 이름이 오르내렸다. 부산지방검찰청이 지난해 말 경남FC 사건을 수사할 때 피의자였던 심판 중 한 명이 모 구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는데 그 역시 스카우터다.
스카우터는 특성상 축구인들이 맡는다. 사무국 직원이라기보다 코칭스태프에 가깝다. 이들은 심판들과 오래 전부터 이런 저런 학연, 지연으로 얽혀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아무리 비양심적인 심판들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는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는다. 스카우터는 평소 안면 있는 심판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남FC의 금품 전달책이었던 박씨와 돈을 받은 4명의 심판 사이에 정모 심판이 끼어있었는데 박씨와 정씨가 같은 지역 선후배였다. 차씨도 전북 지역의 고교 축구감독을 하다가 2002년부터 전북 스카우터를 맡았다. 지역 내에서 잔뼈가 굵고 마당발 인맥을 자랑했다.
스카우터는 직책을 이용하기도 쉽다. 다른 관계자는 “심판을 돈으로만 유혹하는 건 아니다. 청탁을 하면서 심판이 원하는 신인 선수를 뽑아주는 관행도 있었다. 스카우터는 심판 요구를 들어주기 딱 좋다”고 밝혔다. 물론 다수의 스카우터들은 숨은 진주 발굴이라는 본업에 충실하지만 일부의 스카우터들이 물을 흐리고 있는 셈이다.
많은 팬들은 ‘구단과 상의 하지 않은 차씨의 단독 행위’라는 전북 구단의 발표를 납득하지 못한다.
복수의 에이전트에 따르면 감독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몸값을 부풀린 뒤 이 중 일부를 착복해 심판 로비 자금으로 이용하거나 스카우터가 개인 돈을 먼저 쓴 뒤 나중에 감독에게 돌려받는 방식 등이 동원된다고 한다. 경남FC의 경우 감독은 아니지만 대표가 에이전트와 짬짜미해 외국인 선수 영입금을 횡령해 심판 로비에 쓴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하지만 이 외에 나머지 일들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일 뿐이다. 이번에도 검찰은 자신의 연봉 일부를 심판에게 줬다는 차씨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 그 이상의 연결고리를 밝혀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전북 외에 다른 구단들도 심판을 매수하거나 금품을 통해 지속적으로 심판을 관리하는 구조적인 병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심판 관리’는 일종의 ‘보험’과 같다는 말이 있다. 남들이 다 로비를 하는데 나만 안 하면 괜히 손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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