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경기장 모습/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4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 안팎에선 적막이 흘렀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지난해(1만7,413명ㆍ1위)는 물론 올 시즌 10라운드까지도 평균 1만6,456명(2위)의 엄청난 관중이 들어찬 '전주성(애칭)'이었다. 하지만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멜버른과 16강 2차전을 앞두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선 평균 관중수에 걸맞는 열띤 응원전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경기 전 관중석에서 만난 40대 남성팬 정모씨는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는데 불미스러운 일 때문인지 오늘 유독 조용하다"며 "오늘은 응원도 마음껏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전북은 전날 부산지검 외사부가 2013년 심판에게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백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전북 스카우터 C씨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구단은 "스카우터 C씨가 보고 없이 단독으로 진행한 일이다"고 선을 그으며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추후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최대 리그 강등 등 중징계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철근(63) 전북 단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고 전했다. 이 단장은 그러나 선수단이나 내부 분위기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우선 눈앞에 닥친 ACL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였다. 23일 최강희(57) 전북 감독의 공식 기자회견 발언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최 감독은 "전반기 목표가 ACL 8강 진출과 정규리그 선두권 유지였다"며 "적극적으로 경기해서 이기겠다"고 승부욕을 나타냈다.
구단의 의지와는 달리 팬들의 시선은 여전히 심판 매수 사태의 수습에 가 있었다. 경기장 매표소 인근에서 만난 한 여성팬은 "전북팬으로서 속상하지만, 이번 사태로 K리그 전체가 정화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구단 홈페이지 커뮤니티에도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연간회원권과 유니폼 모두 환불해달라"는 강경한 입장의 글을 올린 팬들도 있는가 하면, "일탈이든 관행이든 잘못된 것은 맞다. 철저히 밝혀서 처벌도 받자. 조작구단, 매수구단이라고 욕먹는 전북 현대의 팬으로 남지 않게 해달라"고 진정한 팬심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서포터즈 연합 M.G.B(Mad Green Boys)도 이날 철저한 내부 조사를 실시해 책임질 부분에 대해선 구단이 확실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M.G.B는 그것이 K리그를 위한 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체육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스카우터 개인의 문제로 선을 그은 구단의 공식 입장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설령 해당 스카우터의 단독 소행이라고 최종 결론이 날지라도 심판 매수는 프로 스포츠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일이다. 조사 후 연맹, 협회 차원에서 중징계를 내려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심각성을 일깨웠다. 이 관계자는 또한 "구단 스태프, 감독, 선수 등 프로스포츠 구성원들에 대한 윤리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보다 철저한 윤리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주=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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