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종료된 오스트리아 대선 개표결과 좌파 녹색당 출신 무소속 알렉산더 판데어벨렌(72) 후보가 극우 자유당(FPO)의 노르베르트 호퍼(45) 후보를 0.6%포인트 차로 아슬아슬하게 제치고 당선됐다. 비록 극우 후보의 대통령궁 입성은 막혔지만 절반 가까운 유권자가 극우정당 후보에 표를 던졌다는 것은 여전히 난민 포용정책과 유럽 통합에 대한 오스트리아 민심의 반발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때 부재자 투표가 반영되지 않은 1차 개표 결과에서는 호퍼 후보가 51.9%를 득표해 앞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체 유권자의 12%를 차지하는 부재자 투표를 합산하면서 판데어벨렌 후보가 50.3%을 득표해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두 후보의 최종 표차는 불과 3만1,026표차. 호퍼 후보에 맞서 “차악을 뽑아달라”고 호소한 판데어벨렌 후보는 원 소속정당인 녹색당은 물론 주류 사회민주당(SPO)과 인민당(OVV)의 지지까지 업은 끝에 신승했다.
러시아 볼셰비키혁명을 피해 오스트리아에 정착한 집안 출신인 판데어벨렌 당선자는 빈대학 경제학과 교수 출신이다. 1994년 의회에 입성해 녹색당의 지지율을 두자리 수까지 끌어올리는 등 당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이번 선거에서 극우 돌풍을 일으킨 호퍼 후보와는 대척점에 선 인물로, 사민주의와 환경보호주의 성향이며 유럽연합(EU)에도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외신이 인용한 정치분석가들은 호퍼 후보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 유권자 다수가 극우진영이 내세운 반난민ㆍ반유럽ㆍ반주류정치 노선에 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의식한 판데어벨렌 당선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다고 생각함을 알고 있다”며 “이제까지와는 다른 대화의 문화와 국민의 공포ㆍ분노를 처리할 정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호퍼 후보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낙선은 헛수고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대선에서의 돌풍을 차기 총선으로 이어갈 것을 암시했다.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 정책 주도권은 의회의 다수당이 구성한 내각이 맡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