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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관주도의 미래산업 협력

입력
2016.05.2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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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 원장 임기 마지막 한 달 사이에 두 가지 중요한 미래산업 분야 회의에 참석하는 기회가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자율주행자동차와 보건복지부 주관의 헬스케어 관련 회의이다. 두 분야 모두 우리나라가 세계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고 하기에는 미흡하지만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해 온 연관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미래의 고수익 산업으로 발전시킬 후보로 손꼽히는 것들이다.

다행히 필자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우리 기업들은 미래 수익 산업을 마련하는 일에 상당한 수준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율주행자동차 분야에서는 자동차 대기업은 물론 미래 핵심기술로 손꼽히는 이차전지 분야의 대기업, 이들과 연관된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들 그리고 정보통신(IT) 분야의 선두주자까지 각자가 자신들과 연관된 특정 기술들을 개발하고자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고 있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대형병원은 물론 최근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제약회사들 그리고 이들에게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업체까지 헬스케어의 중요 기술들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회의에서 우리나라 미래산업 개발 노력과 관련하여 필자가 의문을 갖게 된 점은 이렇게 각자가 나름대로 열심히 기술개발에 노력하면서도 연관된 기업들 사이에 서로 협력하려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여한 기업들 혹은 단체들이 각자 혼자 힘만으로는 유망 미래산업 분야의 모든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기에는 벅차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국내 기업들 사이에 서로가 발전한 기술들을 결합하여 한 단계 더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참여한 회의에서처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런 기업들의 기술개발 노력들을 엮어서 미래산업에 필요한 종합 기술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떠맡아야 하고 또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업 간 협력에 익숙하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관 주도 기업 간 기술협력 증진 노력은 어쩔 수 없는 길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들이 정부가 나서기 전에 서로가 필요하다면 기꺼이 협력 파트너를 찾아 나서는 이른바 민간 자율형 기술협력을 전개해 나가는 모습들과 비교해 보면 필자의 눈에 국내 기업들의 소극적 자세가 불만스럽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선진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경을 초월한 파트너들과의 협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몇몇 국내 기업들은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에는 주저하면서도 국제적 기업 간 협력에는 적극 나서고 있는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 기업간 협력 수준은 낙제점을 주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통적으로 새로운 산업에 참여할 때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협력에는 참여할지언정 각자는 다른 국내기업을 경쟁자로 간주해 협력에 인색했던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많은 우리 기업들이 선진국 기업들과의 협력은 내세우면서 세계 최첨단 기술을 가졌다는 우리 기업들 사이의 협력관계는 별로 내세우지 않아 왔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산업 분야를 개척하면서 지금까지의 우리 기업들의 태도가 유효할지 의문이 든다. 새로운 미래산업 분야에서 선진국 많은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매일 보도되고 있고, 전통산업에서 우리를 뒤따라오는 것으로만 인식되어 온 중국 기업들도 미래산업 분야에서는 자국 기업들 사이의 협력 증진에도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참여했던 회의의 분야가 특수한 사정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우리 기업들의 자세가 지나치게 서로를 경계하고 협력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을 가진 것 같다. 이 벽을 넘어서야 정부가 나서지 않는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 스스로가 새로운 미래산업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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