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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토리] “열려라 동물 ‘공장’”이 현실이다

입력
2016.05.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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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물농장에서 다룬 강아지 공장의 실체에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SBS TV동물농장 캡처
TV동물농장에서 다룬 강아지 공장의 실체에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SBS TV동물농장 캡처

일요일 아침 공중파 인기 동물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컸다. 그간 여러 동물단체, 신문, 방송 등에서 강아지 공장의 실체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렸음에도 끄떡도 하지 않던 여론이 ‘TV동물농장’에서 다루자 격하게 움직였다.

여론은 동물보호법 개정을 요구했고 당국도 번식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이 프로그램이 동물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보다는 인기에 영합하는 내용이 많아서 동물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눈길을 돌렸는데 이번에는 인기를 올바른 일에 활용했다.

사실 강아지 공장의 현실은 동물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굉장히 불편한 진실이어서 일반인은 의도적으로 진실을 회피하고, 행정 기관은 관리 의지가 없고, 입법자들은 동물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삼합’이 맞아 떨어지면서 숨겨져 있었을 뿐이다.

강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개들은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일종의 환금성 물건이기에 최저 비용으로 최대 수익을 얻기 위해 운영된다. 강아지 공장은 점점 육류생산을 위한 공장식 축산을 닮아가고 있다. ‘TV 동물농장’의 오프닝 멘트도 “열려라 동물 ‘공장’”이라고 바뀌어야 할 판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에는 1만 개가 넘는 강아지 공장이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허가도 관리도 받지 않는다. 그곳 또한 더 이상 번식 능력이 없어진 모견은 경매장으로 보내진다. 다만 다른 것은 우리나라는 경매장뿐 아니라 식용견으로도 보낼 수 있으며, 수의사 법의 ‘자가 진료’ 조항 덕분에 강아지 공장 주인이 직접 제왕절개를 할 수 있다.

방송 중에서 가장 끔찍했던 것은 제왕절개였다. 살아있는 생명의 배를 가르며 아무런 감정을 느끼는 않는 사람을 보면서 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철학자 데카르트가 있던 시절보다 나아지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데카르트학파 과학자들도 동물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며 해부대 위에 동물을 산 채로 못 박은 채 배를 가르고 장기를 꺼냈다. 그때 동물이 내는 고통의 소리는 기계에서 나는 소리와 같다고 했다. 데카르트는 인간만 특별한 존재이고 마음이 없는 동물은 생각도 못하고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물은 도덕적 배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데카르트를 보면서 철학이란 것이 사람을 어리석게 만드는 위험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또한 이런 참담한 상황을 접하면 답을 얻을 곳은 철학뿐이다. 철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니까.

수의사 등 너머로 배운 기술로 개의 배를 가르는 사람에게 사람과 개는 어떻게 다를까? 이번 일이 터지자 아니나 다를까 ‘왜 개만 불쌍하냐? 소랑 돼지는?’이라고 묻는 사람이 많다. 그러게 개와 소, 돼지는 어떻게 다를까?

철학자 마크 롤랜즈는 ‘동물의 역습’에서 인간이 직접 획득한 어떤 차이가 있어야만 인간이 동물보다 도덕적 배려를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종, 인종, 성별, 타고난 지능과 신체적 능력은 도덕적으로 적절한 차이가 아니다. 직접 획득한 것이 아니고 태어나 보니 인간이라는 종에 속해 있었고, 태어나 보니 백인 남자인 것이니까.

철학자 마크 롤랜즈는 ‘동물의 역습’에서 인간이 직접 획득한 어떤 차이가 있어야만 인간이 동물보다 도덕적 배려를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페이스북 에스더 더 원더피그
철학자 마크 롤랜즈는 ‘동물의 역습’에서 인간이 직접 획득한 어떤 차이가 있어야만 인간이 동물보다 도덕적 배려를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페이스북 에스더 더 원더피그

그렇다면 자신이 어떤 종에 속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 세상이 어떠했으면 좋겠는가?”

자신이 어떤 종으로 태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니 사람들은 모든 생명에게 공평한 세상을 선택할 것이다. 개나 돼지로 태어날지 모르니 강아지 공장도 없고, 공장식 축산도 없는 세상을. 이것이 도덕적으로 평등한 세상이다. 그저 ‘우연히’ 인간이란 종으로 태어났는데 인간 집단만 옹호한다면 그건 정의가 아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서 도덕적 고려의 대상에 왜 동물도 포함시켜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제목이 아쉽다. 원서 제목 ‘animals like us’을 그대로 번역하면 ‘우리와 같은 동물들’이다. 제목만으로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데 왜 ‘동물의 역습’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참고한 책: ‘동물의 역습’, 마크 롤랜즈,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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