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변호인단 구성 불구
대법 “대주주 지위 악용 부실 초래”
교도관 매수해 감옥에서 특혜 받기도
예금자 절반 변제 못 받고 고통
수백억 원대 불법대출 및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장기간 재판을 받았던 은인표(59) 전 전일저축은행 대주주에게 징역 7년6월이 확정됐다. 은씨는 고위법관 출신 및 대형로펌 변호사를 대거 동원했지만 법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대주주는 4년 6개월에 걸친 재판을 통해 단죄됐지만 전일저축은행 파산으로 예금자들은 여전히 절반 이상의 피해금액을 변제 받지 못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및 횡령ㆍ배임,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은씨에게 징역 7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은씨는 2003년 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주주명부상 대주주는 아니지만 은행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실질적인 1대 주주라는 점을 이용해 자신과 관계된 기업에 수백억 원대의 불법대출을 하도록 만들었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저축은행의 주식 2% 이상을 소유한 대주주는 자신과 관련된 법인 등에게 대출을 금지하고 있다. 검찰이 두 차례 은씨를 기소하면서 2개 재판부에서 나눠 진행된 1심은 각각 징역 6년과 3년을 선고했으며, 사건을 병합한 항소심에선 징역 7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은씨는 대주주 지위를 이용해 전일저축은행 대출금을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고 변제하지 않아 부실을 초래했다”며 “그 결과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은씨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씨의 범행은 감옥 안에서도 있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은씨는 뇌물 8,900만원을 건네 교도관을 매수한 뒤 장시간 특별면회 혜택을 받고 외부인사에게 심부름까지 시켰다. 사기 혐의로 수감 중이던 2008년 7월엔 보석으로 나와 1년여 동안 바깥생활을 했으며, 2010년 6월에는 형집행정지 결정으로 3개월간 재차 풀려나 석방과정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정치권과 법조계, 불교계의 두터운 인맥이 드러나기도 했다.
은씨는 불법대출 재판에 앞서 사기 혐의 등으로 2007년부터 10년 가까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변호사 수임료로만 수십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결문에 이름을 올린 변호사 숫자만도 대법관 출신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등 14명에 달했다.
은씨는 저축은행 대주주 중에 유일하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재판이 길어졌고 결국 가장 마지막에 형이 확정됐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은 2013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이 확정됐고,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도 같은 해 10월 징역 8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채규철(4년) 도민저축은행 회장과 임석(5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신현규(8년) 토마토저축은행 회장, 윤현수(5년) 한국저축은행 회장, 김찬경(8년)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2014년 상반기에 재판이 끝났다.
2009년 12월31일 전일저축은행의 영업정지와 이어진 파산으로 피해를 본 5,000만원 이상 예금자는 모두 6,050명으로 총 피해액은 5,671억원에 달한다. 그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예금보험공사가 전일저축은행 채권 등을 처분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준 돈은 2,155억원 가량으로 전체 피해액의 38%에 불과하다. 전일저축은행 피해자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돈을 날린 피해자 상당수가 행상과 경비일 등을 하던 저소득층 서민들로, 이중 20여명은 그새 화병과 고혈압 등으로 세상을 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2010년 예상치(25%)보다 많은 금액을 돌려주긴 했지만 앞으로도 지급률을 더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l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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