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20대 여성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4)씨가 검거 후 처음으로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4일 사건이 발생한 서초동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김씨를 데리고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오전 8시55분쯤 사건 현장에 도착한 김씨는 현장검증을 앞두고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뭐 담담하다. 차분하다”고 입을 뗐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19일 경찰서를 나서던 때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를 쓰고 맨 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나선 그는 시종일관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눈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김씨는 유가족에게 할 말이 없는지 묻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희생된 피해자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이나 원한은 없고, 어찌됐든 개인적으로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적 원한이 없는데 피해자를 왜 죽였냐’는 물음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형사님들에게 말씀 드렸고 차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유나 동기에 대해 말씀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한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김씨가 건물 내에서 범행을 재연하는 모습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경찰이 준비한 마네킹을 흉기로 수 차례 찌르는 장면을 태연히 재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40분간의 현장검증이 끝난 뒤 김씨는 처음보다 위축된 표정으로 건물 밖으로 나섰다. 그는 일주일 만에 현장에 온 기분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곧바로 경찰 호송차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증섭 서초서 형사과장은 “김씨가 심문 때 했던 진술대로 범행을 동일하게 재연했다”며 “처음에는 별 죄책감이 없었는데 현재는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을 (표정 등으로) 간간이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날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현장에는 김씨의 얼굴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일부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먼 발치에서 조용히 김씨가 건물에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봤다.
앞서 김씨는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건물의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A씨(23·여)를 흉기로 수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이후 “여성들이 무시해 살해했다”고 진술하며 여성혐오 범죄 논란이 일기도 했고, 현장 인근 강남역 10번 출입구에는 희생자를 추모하고 여성혐오 문화를 비판하는 추모 글들이 게시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26일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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