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산운용사들이 해외시장으로 영업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합작법인 등을 세워 이미 진출한 자산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등 두 곳뿐이었지만 최근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이 중국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중국 본토에 상장지수펀드(ETF) 운용 노하우 수출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중국 본토 ETF 시장이 2020년에 18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보다 시장 자체가 커서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지영업을 하면 적지 않은 수익 기회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ETF 시장의 경우 2002년 10월 첫 상품 상장 후 지난 19일 기준으로 상장 상품이 211개에 달하지만 시장 규모는 21조7,000억원 수준이다. 뒤늦게 2003년 문을 연 중국 ETF 시장은 지난달 말 기준 종목 수가 131개이지만 규모가 88조원으로 한국의 4배로 성장했다.
한화자산운용은 2014년 9월 중국 국유기업과 ‘한화 해태기금관리 유한공사’ 설립을 위한 합작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중국금융 당국에 서류를 제출하고, 설립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화 해태기금관리 유한공사는 중국 톈진에 진출하는 합작 운용사로 자본금 3억위안(500억원) 중 한화자산운용이 지분 45.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원안대로 합작법인 인가가 나오면 한화자산운용은 한화그룹 계열 중에서 중국에 직접 진출한 첫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기업이 중국 본토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오래 걸리고 쉽지 않다”며 “비교적 규모가 작아 설립이 용이한 운용사가 먼저 진출하면 계열사 간 가교 역할을 하면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KB자산운용은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진 않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운용사 중에서 처음으로 공모펀드인 ‘KB한일롱숏펀드’를 일본에 수출했다. KB자산운용은 KB한일롱숏펀드를 이달 2일부터 일본 중소형 증권사인 아이자와증권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내달부터 일본 도쿄와 시즈오카, 히로시마 등 3곳에서 펀드투자 설명회도 열 예정이다.
이처럼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이유는 국내 증시가 수년간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에 갇혀 있는 데다 저금리 상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투자처를 다변화하고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 한층 더 필요해진 것이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한시 도입됐던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가 올해 다시 허용된 것도 운용사들의 해외 진출을 이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에 나가 외국 자산에 투자하고 현지 고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등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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