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한 환자 정기점검도 구상
복지부 일각-학계 부작용 지적
“행정력 못 따라 실현 어렵고
낙인 찍으면 치료 피해 더 위험”
지난 17일 강남역 부근에서 살인을 벌인 김 모(34)씨가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17일 발생한 서울 강남 20대 여성 살인사건을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결론 지은 경찰이 정신질환자 인신 구속 위주의 범죄 예방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정신질환자의 범죄 사례를 확대 해석하고,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어 또 다른 차별을 나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이 치안활동 중 정신질환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정신병원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해 ‘행정입원’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정신보건법에는 경찰이 매우 급박한 상황에만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지난 19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법안에서는 일상근무로 요건이 완화했다. 강 청장의 설명도 법적 권한을 활용해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경찰은 특히 11월까지 정신질환자 범죄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진단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또 퇴원한 정신질환자에 대해 보건소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기 점검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의 원칙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우선 경찰의 조치가 정신질환자의 잠재적 범죄를 막겠다는 인신 구속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범죄 위험성이 높은 극소수 환자의 경우 구분해야겠지만, 정신질환자 전체에 대한 감금 위주의 조치를 취할 경우 오히려 정신질환자들이 위축되고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려워 또 다른 차별과 혐오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초적인 의학지식이 없는 경찰이 현장에서 단순히 체크리스트에 의존해 정신질환자의 입원 의뢰를 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나온다. 이런 경찰의 구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정석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모든 정신질환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행정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등 일부 문제가 되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교수도 “일부 범죄 혐의가 있는 정신질환자 때문에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리 강화 중심의 경찰 대책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을 줄여가겠다는 기존 보건복지부의 정책과도 차이를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정신질환자 중 공격성을 가진 질환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한 가지뿐이며 정신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범죄율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라며 “정신질환자들에게 범죄자라는 편견의 굴레가 덧씌워지면 사회적 낙인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아 사회는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부가 낸 ‘정신건강 종합대책’ 자료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범죄는 대부분 첫 치료를 받기 전에 발생하고, 치료를 받은 후에는 범죄 위험성이 94% 감소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실제 2011년 대검의 범죄분석 보고서를 보면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비장애인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편 법무부도 이날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정신장애인이라도 처벌에 더해 치료를 시키는 ‘치료명령제’를 도입해 12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혀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 범죄로만 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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