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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매수’ 의혹에 휘청… 전북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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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매수’ 의혹에 휘청… 전북의 운명은?

입력
2016.05.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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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전북구단. 연합뉴스
프로축구 전북구단. 연합뉴스

국내 프로축구 최상위권 구단인 전북 현대가 승부조작을 위해 심판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경남FC 심판 매수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런 정황을 추가로 적발했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 김도형)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K리그 전직 심판 이모(36)씨와 유모(41)씨, 뒷돈을 건넨 혐의로 프로축구 구단 전북 현대의 스카우터 차모(4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심판은 2013년 각각 2~3차례에 걸쳐 차씨로부터 경기에 우호적인 판정을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매번 100만원씩을 받은 혐의다. 차씨가 소속된 전북 현대는 국내 프로리그에서 최상위 성적을 내고 있는 구단이다. 전직 심판인 이씨와 유씨는 지난해 경남FC로부터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6월에 모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씨 등을 포함해 재판을 받은 전직 심판은 모두 4명으로 1심에서 징역 6월~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은 작년 말 터진 경남FC의 심판 매수보다 파장이 더 크다.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경남이 2013~14년에 강등되지 않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치다가 심판까지 매수했다며 애써 사건을 축소하기 급급했다. 경남이 2013년 가까스로 강등을 피했지만 2014년 결국 챌린지(2부)로 떨어졌다는 것이 ‘심판이 돈은 받았지만 의도적인 오심을 하지는 않았다’는 정황 근거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등을 다투는 팀이 아니라 2014년과 2015년, 클래식 2연패를 달성한 최고 명문 전북이다.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검사는 “차 씨가 거마비 조로 100만 원씩 5차례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십 수 차례에 걸쳐 1,000만 원 이상이 오간 경남 사건에 비해 금액과 횟수는 적다. 하지만 전북마저 얽혀있는 것을 보면 K리그 구단 관계자들이 암암리에 일종의 ‘떡값’조로 심판을 관리하는 관행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경남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심판들과 접촉한 구단 인사의 직책이 스카우터다. 익명을 요구한 프로축구 관계자는 “이게 전북만의 문제겠나. 이렇게 하나 둘씩 파기 시작하면 K리그 전체가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판 매수가 차 씨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최강희 전북감독. 연합뉴스
최강희 전북감독. 연합뉴스

경남의 경우 안종복 전 대표이사가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부산지검은 이번 사건을 차씨의 단독 행위로 결론 냈다. 윤 차장검사는 “우리도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건 아닌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다 알아봤다. 하지만 차씨 본인이 자신의 연봉에서 준 거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돈을 현금으로 건넸는데 그 돈에 꼬리표가 달린 것도 아니어서 추적도 힘들다”고 밝혔다.

사건이 벌어진 2013년은 전북에게 중요한 해였다. 2011년 말 국가대표팀으로 갔던 최 감독이 1년 6개월의 임기를 마친 뒤 그해 6월 약속대로 전북으로 ‘컴백’했다. 2013시즌 전반기에 내내 고전하던 전북은 최강희 감독이 온 뒤 서서히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결국 우승은 못하고 시즌을 3위로 마감했다. 윤 차장은 “차씨는 최강희 감독이 오기 전에도 심판에게 돈을 줬고 온 뒤에도 돈을 줬다”며 최 감독과는 무관하다는 뜻을 시사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본보와 통화에서 “차 실장(전북 구단에서 보통 실장으로 불림)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아서 몰랐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와서야 알게 됐는데…”라고 말 끝을 흐리며 “차 실장을 만나서 지금 상황에 대해 정확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착잡해했다.

전북이 심판을 매수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한국프로축구연맹 차원의 징계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 7,000만원의 벌과금과 2016시즌 승점 10 감점 처분을 받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ㆍ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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