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감 중인 현 전 회장 최근 참고인 소환
선임계 없이 후배 변호사 통해 ‘우회수임’ 의혹
다른 의뢰인들도 줄소환… 수임사건 전수조사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57) 변호사가 1조3,000억원대의 피해를 야기한 ‘동양사태’의 주범인 현재현(67) 전 동양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몰래 변론’을 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그는 솔로몬저축은행 비리 사건, 현 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64) 전 동양그룹 부회장의 미술품 은닉 사건 등도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고 맡은 것으로 알려져 ‘불법 또는 편법 수임’ 의혹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홍 변호사의 사건 수임내역과 관련, 최근 현 전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1조3,000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와 회사채를 발행해 4만여명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회삿돈 141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14년 1월 구속기소된 현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돼 현재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검찰은 현 전 회장을 상대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홍 변호사를 공식 선임했는지 ▦홍 변호사에게 수임료를 줬는지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건넸는지 등을 캐물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서울변호사회와 관할세무서 등에 제출한 사건 수임내역에 현 전 회장 사건이 없었음에도 불구, 그가 현 전 회장 측으로부터 거액의 수임료를 수수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 동안 맡은 사건은) 주로 기업사건이었다. 현재현 회장 사건 등 대형 로펌에서 조인트 구성하자고 의뢰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일보 취재 결과, 2013년 말~2014년 초 현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았을 때 홍 변호사는 검찰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도 “홍 변호사가 현 전 회장 사건과 관련해 연락해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현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단계에서 선임계를 제출한 변호인은 홍 변호사가 2000년대 중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이었던 시절, 함께 일했던 ‘특수통’ 검사 출신 이모 변호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이 변호사를 내세워 사건을 ‘우회 수임’했을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2011년 9월 개업한 이후 수임한 400여건의 사건들을 전수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최근 의뢰인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 중이다. 서류상 검증뿐 아니라 대면조사를 통해 수임료의 규모나 명목 등을 일일이 확인함으로써 그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홍 변호사의 변호에도 구속된 이들이야말로 그의 불법 수임행태 등에 대해 진술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수감 중인 의뢰인들을 중점적으로 조사 중이다. 현 전 회장도 구속을 피하지 못했고, 재판에서도 검찰에 의해 법정 최고형(징역 15년)이 구형됐었다.
잠적 4개월 만에 지난 20일 검거된 정 대표 측 핵심 브로커 이민희(56)씨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씨는 이날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포기했으며,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하거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정 대표한테서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의 서울지하철 상가 입점 로비자금 명목으로 9억원을, 홍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해 준 대가로 다른 의뢰인으로부터 1,000만원을 각각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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