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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와 아일랜드 내전

입력
2016.05.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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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5월 24일

아일랜드내전이 93년전 오늘 끝났다. 사진은 내전을 소재로 한 켄 로치의 영화 포스터.
아일랜드내전이 93년전 오늘 끝났다. 사진은 내전을 소재로 한 켄 로치의 영화 포스터.

1923년 5월 24일 아일랜드 내전이 끝났다. 내전 패배로 IRA(아일랜드공화국군)은 사실상 궤멸했다. 이후의 IRA는 북아일랜드 독립을 위한 소수 테러조직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앞선 아일랜드 독립전쟁은 1919년 시작됐다. 1916년 4월 더블린에서 일어난 독립 무장 봉기(‘부활절 봉기’)가 영국의 왕립아일랜드보안대(RIC)에 의해 진압됐고, 2년 뒤인 18년 11월 총선에서 승리한 신페인당이 아일랜드 독립을 선언하자 영국의 탄압이 시작됐다.

19년 1월 24일 IRA의 선전포고. 이어진 게릴라전과 영국 정부군의 잔혹한 약탈, 살육. IRA 무장투쟁에 거부감을 가졌던 아일랜드인조차 전쟁을 편들었다. 양측은 21년 12월 6일 휴전했다. 1,400여 명이 숨졌고, 그 중 약 600여 명이 민간인이었다. 물론 대부분 아일랜드인이었다.

휴전협약으로 얼스터 6개주(현 북아일랜드)가 영국에 남았고, 나머지 26개주가 아일랜드자유국이 됐다. 자유국은 캐나다나 호주처럼 자치정부는 있지만 대영제국의 일원으로서 영국의 왕을 섬기는 체제. 자유국 국회의원은 협약에 따라 “나는 대영제국과 함께하는 공통의 시민권과 영연방 구성국들과의 유대를 위해, 법에 의해 국왕 조지5세 전하와 그 상속자와 계승자에게 충성할 것”이라는 서약을 해야 했다.

그 협약에 반발한 이들이 찬성파에 맞서 1922년 7월 시작한 전쟁이 아일랜드 내전이다. 가족과 친구를 학살한 자에게 충성을 바칠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과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자유국을 완전 독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들의 전쟁. 어제까지 한 참호에서 싸우던 전우들이 그렇게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다. 93년 전 오늘, 그 내전이 찬성파의 승리로 끝이 났다.

10년 전 칸 황금종려상을 탄 켄 로치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독립전쟁의 동지이자 내전의 적이었던 한 형제의 이야기가 뼈대다. 형의 권유로 IRA에 가담한 동생은 IRA의 대의를 위해 친형제 같은 친구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몰린 뒤 “아일랜드가 제발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군”하고 말한다. 내전 중 협정반대파였던 동생은 형의 손에 처형 당한다.

아일랜드내전이 93년전 오늘 끝났다. 사진은 내전을 소재로 한 켄 로치의 영화 포스터.
아일랜드내전이 93년전 오늘 끝났다. 사진은 내전을 소재로 한 켄 로치의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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