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개정 국회법 거부권 행사할 수도
법제처, 위헌 여부 법리 검토
정부가 이르면 이달 31일 상시 청문회법(개정 국회법)에 대한 국회 재의 요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을 폐기시켜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사진)의 의지가 확고하다”며 “명분이 있다고 판단하면 논란을 무릅쓰고 밀어 붙이는 것이 박 대통령의 스타일인 만큼, 거부권 행사 시한(6월7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논란을 일찌감치 정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달 31일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 방침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간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ㆍ프랑스 순방에서 귀국한 이후인 6월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법 거부권 행사 여부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다만 청와대는 거부권 정국이 20대 국회 초반부터 여야의 극한 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민 중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날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어 상시 청문회법(개정 국회법)에 대한 반대 여론 지피기에 열을 올렸다. 여론을 살펴보며 일단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청와대를 대신해서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개정 국회법에 대해 “정부 업무를 굉장히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개정 국회법은 이날 정부로 넘어왔고, 여권도 대통령의 법안 공포시한 15일이 되는 6월7일까지 여론전을 펼 태세다. 법제처는 개정 국회법이 3권분립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는지 법리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이 실장은 “상임위가 원하면 언제든지 청문회를 열게 돼 있어, 공무원들이 일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를 해칠 것 대한 우려가 있다”며 “자료 제출과 증인ㆍ참고인 출석 요구 등 청문회 준비 절차가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 국회법이 청문회 대상을 ‘국회 상임위 소관 현안’으로 확대한 것이 청문회 공화국을 만들고 정부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청와대의 주장과 같은 논리였다. 여야가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안을 장관급 정부 인사가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은 월권 논란을 낳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22일 “개정 국회법을 반드시 무효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한 데 이어, 새누리당도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론 조성에 적극 가세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개정 위헌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위헌 논란에 불을 지폈다.
청와대의 기류도 미묘하게 바뀌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회법과 관련해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처음 불거진 20일 청와대 관계자들이 “거부권을 검토한 바 없다. 국회가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했을 때보다는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