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도스코프는 1970년대까지, 무려 50년 간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사용됐지만 건강상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밝혀진 피해사례는 신발가게 직원 3명이 전부다. 한 명은 피부궤양이 나타났고, 다른 한 명은 발바닥에 악성 종양이 생겼다. 또 다른 한 명은 방사능에 의한 화상으로 결국 발을 절단해야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그런데 가습기는 과연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건일까? 보통 40~60%가 쾌적한 습도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의 몸은 이보다 낮은 습도나 높은 습도에서도 아주 잘 적응한다. 필자가 있는 이곳의 습도는 43%이다. 습도가 14%에 불과한 두바이와 습도가 88%에 달하는 자카르타에서 사는 사람들도 아무 문제없이 살고 있다. 발 크기는 줄자로 재면 되고, 공기가 건조하면 젖은 빨래를 널어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가습기 살균제까지 갈 것도 없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단지 ‘첨단 과학’의 이미지만을 앞세워서 사람들을 울린 유사과학은 셀 수 없이 많다. 영국의 라디오르(Radior)사는 라듐으로 크림이나 콤팩트 등의 다양한 화장품을 만들어 비싸게 팔았다. 물론 라듐이 피부에 좋다는 의학적 근거는 전혀 없었다. 물론 얼굴에서는 말 그대로 광채가 났을 것이다. 의사 중에도 염화나트륨은 몸에 안 좋으니, 건강에 좋은 천일염을 먹으라는 ‘의학적’ 조언을 한다. 사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자연에서 유래했는데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을 나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반과학주의는 유사과학의 쌍둥이 형제이다.
이익에 눈이 먼 업체들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과학의 이미지만을 빌어 살균제를 팔았다. 몸에 나쁜 세균을 안전하게 싹싹 없애 준다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다. 반과학적 괴담이나 미신은, 과학맹신주의와 손을 잡고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하지만 ‘비과학적인’ 살균제의 위험성을 찾아낸 것은, ‘과학적인’ 조사와 실험이었다. 유사과학과 반과학주의와 같은 악령이 활개 치는 이 세상에 유일한 희망은 그래도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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